"개인 탓 남 탓으로는 문제 해결 안 돼" 참사 이후 1년 기록한 이태원 생존자 김초롱씨

문이림 2023. 10. 19. 17: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발자국 차이로 저는 사지가 굉장히 멀쩡한 상태로 나왔고 어떤 분은 육신이 정말 망가질 정도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가 대신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를 가져왔다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인식과 문제 해결 방식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린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작가. 그는"사회적 참사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무너뜨렸는지 증언하는 책이지만, 개인이 살아가면서 언젠가 맞닥뜨릴 고통으로 보면 모두가 공감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몬드 제공

"한 발자국 차이로 저는 사지가 굉장히 멀쩡한 상태로 나왔고 어떤 분은 육신이 정말 망가질 정도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가 대신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를 가져왔다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서울 한복판에서 사망자 159명, 부상자 320명이 발생한 최악의 압사 참사에서 누군가는 순전히 '운'으로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33)씨가 참사 1주기를 맞아 참사 당일의 목격담과 참사 이후의 무너진 삶, 상담 후 심리 변화를 담은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아몬드 발행)를 냈다. 김씨는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가진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여러 번 언급했다. 수많은 이가 희생된 가운데서 살아남은 사실과, 구조를 요청하는 이들을 도와주지 못하고 현장을 빠져나온 데서 느낀 죄책감이다.

김씨는 참사 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은 뒤 복지센터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병행했지만 좀처럼 죄책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는 "2017년 핼러윈에 제가 해밀톤 호텔을 배경으로 사람들과 웃으면서 찍었던 사진 한 장을 본 게 끈질기게 괴롭히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해 이태원에는 역대급인 20만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났다. 김씨는 "과거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잘못한 게 없구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초롱 지음. 아몬드·326쪽·1만8,000원

김씨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인식과 문제 해결 방식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벌어진 참사에 '근본 없는 귀신 축제'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이유에 대해 그는 "인간을 이해하는 마음이 결여된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요인에서 기인했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그가 '정부의 미흡함과 안전 관리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참사의 본질적인 원인이 편견과 혐오, 세대 간 소통 부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272쪽)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또 "치료와 상담을 열심히 받아도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이 좌절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참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상규명의 부재가 그의 의지와 노력을 통한 치료 효과를 백지화했다는 것. 김씨는 "개인 탓으로, 남 탓으로 돌리고 축소하거나 얼른 지워버리려 애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핼러윈을 조용히 보내면서 분위기를 무겁게 가지기보다 오히려 안전하게 축제를 더 기획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이렇게 안전하게 시스템을 1년 만에 구축했으니 모두가 오세요. 작년보다 더 많이 오라고 하면서요.”

문이림 인턴 기자 yirim@hanyang.ac.kr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