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의지 다진 이재용 …"기술·투자로 위기 극복"
취임 1주년 앞두고 현장 방문
故 이건희 회장 추모음악회
홍라희 여사와 함께 관람도
삼성, 獨뮌헨서 파운드리포럼
"2나노 전장솔루션 양산 준비"
취임 1주년을 일주일여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위기의 끝'이 보이는 반도체 사업의 재도약을 이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찾아온 최악의 반도체 불황기 '출구'가 보이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 미래 경쟁력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이다. 1983년 삼성 반도체가 첫발을 뗀 곳으로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D램 시장 1위,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 등을 달성하며 삼성 반도체가 성공 신화를 이룬 중심지였다. 이 같은 점에서 이날 이 회장 방문은 삼성전자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만든 선대 회장의 유업을 이어 '반도체 초격차'를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복권 이후 첫 공식 행선지로 기흥캠퍼스를 선택하기도 했다. 당시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던 이 회장이 1년 만에 다시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은 그만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반도체 산업은 삼성의 주력 사업일 뿐 아니라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경제·안보 동맹의 연결고리 역할도 맡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 3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을 위한 선행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대표이사),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등 DS부문 경영진이 참석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일부 경영진은 영상회의로 참석했고 첨단 공정 개발 현황과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건설되는 삼성 차세대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기지로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구·생산·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단지이기에 첨단 기술 개발 결과물을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반도체 기술 인재를 격려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경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의지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 회장이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한 것도 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반도체연구소 신입 연구원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천안·온양 캠퍼스를 찾아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 3월 용인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대형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역시 이 회장의 명확한 철학과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이 회장은 이날 저녁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음악회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 명이 함께 고인을 기렸다.
추모 음악회에는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첼리스트 한재민·이원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신예 연주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반도체 산업을 태동시킨 선대 회장의 경영 유산은 물론 문화예술 인프라스트럭처 육성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의지를 계승해나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독일 뮌헨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어 첨단공정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전장 솔루션 양산을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14나노 공정을 8나노, 5나노, 4나노로 확대한 데 이어 2나노 양산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자율주행 단계별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을 고객 요구에 맞춰 양산할 계획"이라며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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