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지역 의료 육성안 환영" vs "상경 환자 막을 수 있을지" 의료계 반응 엇갈려

정심교 기자, 박정렬 기자 2023. 10. 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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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복지부 '필수의료혁신 전략' 발표에 대체로 긍정적
전운 감돌았던 의협, '의대 정원 확대' 두루뭉술한 발표에 함구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의사 수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인력 유입 촉진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2023.10.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9일 보건복지부가 필수·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추진 기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한 데 대해 의료계에선 "필수·지역 의료 육성·지원엔 공감한다"는 반응과 함께 "지방에 사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상경하는데 지역 의료를 키운다 해서 과연 상경을 막을 수 있겠나"란 의구심 섞인 반응도 나온다.

발표 전 '전운'이 감돌았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필수의료 확충 방안 마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응급, 중증외상, 소아, 분만,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분야는 국민의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그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공백 없는 필수의료 보장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협 측의 언급은 이날 없었다. 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 공백 해소,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증원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17일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저항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서정성 총무이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3.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번 발표에서 복지부는 각 권역의 국립대병원을 '컨트롤타워'로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이를 현실화하려면 민간병원의 참여를 끌어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10% 미만의 국공립병원끼리 체계, 질서를 세우고 우리가 컨트롤타워라고 주장한들 나머지 90%의 민간병원들은 웃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려면 환자 흐름(전원 체계)의 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민간병원으로 환자가 가거나, 가지 않게 만들 힘이 없는 상태에서는 컨트롤타워라고 외쳐봐야 공염불일 뿐"이라며 "복지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처음 구축할 때 '권역센터를 신청하지 않는 병원들 눈물 흘리게 하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등이 예산부터 충분히 지원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와 합을 맞춰야 하는 간호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날 대한간호협회는 "현재로선 공식 입장문을 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발표 내용에 환영한다"며 "지방병원 간호사 채용 활성화, 필수의료 간호인력 근무환경 개선 등 이번 필수의료 대책에 포함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이 향후 관련 법 제정과 전폭적인 예산 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발표의 골자 중 하나는 지역 의료의 활성화다.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상경'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도권에 있는 병원이라 하더라도 필수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역량 등이 인정된다면 전공의 정원 책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필수의료 의사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같은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의료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다.

지방 국립대병원이 힘을 갖추려면 환자가 서울로 가지 못하도록 병원 선택권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석주 교수는 "이 역할을 국립대병원, 즉 '컨트롤 타워'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방에 필수의사가 없어서 환자가 안 가게 된 게 아니다. 환자가 서울로 가니까 지방에 필수의사가 없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미국·영국에서는 환자가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하지 못한다. 환자가 서울로 가니 지방 국립대의 전문의가 줄고, 전문의가 적으니 전공의를 많이 뽑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조 교수는 "전윈시키는 병원 의사, 전원 받을 병원 의사와 환자 간의 합의 이후에 전원이 가능한 외래전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응급환자는 향후 구축될 (가칭)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중심으로 전원 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현재의 '응급실 뺑뺑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국립대병원이 수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수도권의 한 영상의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은 같은 수도권이지만 의료 격차가 크다"면서 "지방과 차이가 별로 없거나 오히려 더 열악한 진료과도 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공의를 실제 진료과목별 수요를 기반으로 배치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이경복 교수는 "소아청소년과처럼 정원이 있어도 지원자가 없어 뽑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신경과는 정원이 부족해 병원이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혁신적인 내용이 없다며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내용은 지난 2월 21일에 나온 기존 발표 내용과 동일하다"며 "몇 퍼센트(%) 인상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건정심 의결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마저 일정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재연 회장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이미 앞서 국회를 통과한 건데 그걸 성과처럼 꾸미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김재연 회장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이 이뤄지면 학생 과밀화에 따라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집중력이 필요한 의대 교육은 한 학년에 80~100명일 때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데 현재도 국립대는 이보다 더 많다"며 "더 늘게 되면 질적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 국내 40~50명 수준의 미니 의대가 꽤 많은데 이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그나마 좋을 것"이라고도 제안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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