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테너' 이용훈 "'투란도트'로 한국 데뷔 기뻐…기적같은 일"

강진아 기자 2023. 10. 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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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투란도트' 기자간담회
[서울=뉴시스]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 첫 데뷔 무대를 갖는 테너 이용훈.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2023.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드디어 한국 데뷔를 하게 돼 기쁩니다."

세계 최정상 테너 이용훈이 오는 26일 개막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로 한국 무대에 데뷔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용훈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프로로 데뷔한 지 20년쯤 됐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오페라 데뷔를 못했다"며 "기적처럼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리리코 스핀토 테너'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오페라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리리코 테너'는 서정적인 음색을, '스핀토 테너'는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테너를 뜻한다. 두 목소리를 모두 가진 '리리코 스핀토 테너'는 매우 드물며, 이 때문에 '신이 주신 목소리'로 불린다.

지난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후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뮌헨 오페라 하우스, 밀라노 스칼라 극장, 파리 오페라 극장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 왔다.

[서울=뉴시스]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류'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과 '칼리프' 역의 테너 이용훈.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2023.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훈은 당초 내년 8월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첫 무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때마침 비게 된 시기에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와 연이 닿게 되면서 10개월 가량 한국 데뷔를 앞당기게 됐다.

그는 "많은 분이 힘을 써주셔서 하게 됐는데,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며 "고국 땅에서 첫 무대를 할 수 있게 돼 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며 이미 3~5년 정도 꽉 찬 일정에 국내 무대에 서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경우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제안이 오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달에 해줄 수 있냐고 문의가 오면 저는 일정이 다 차 있다. 그렇게 미뤄진 시간이 20년이 됐다"며 "이번에도 사실 가족을 보려고 했던 시간인데, 단장님이 놀랍게 일을 추진하고 많은 분이 협력해줘서 꿈같은 일이 현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테너 이용훈, 소프라노 서선영, 소프라노 이윤정, 베이스 양희준.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2023.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훈은 이번 무대에서 남자 주인공 '칼라프' 왕자 역을 맡는다. 2021-2022 시즌 호주오페라 공연과 미국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 2022-2023 시즌 영국 로열오페라 코벤트가든 공연, 최근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공연까지 꾸준히 '투란도트' 무대에 서왔다. 그는 "지금까지 '투란도트'에 110~120회 정도 출연했다"고 전했다.

타이틀롤인 '투란도트'는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 이윤정과 소프라노 김라희가 맡는다. 칼라프의 시녀 '류'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박소영,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 역에는 베이스 양희준과 최공석이 나선다. 테너 신상근과 박지응이 이용훈과 함께 칼라프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이윤정은 "제가 본래 메조 소프라노였는데, 소프라노로 전향해 처음 데뷔한 작품이 바로 '투란도트'"라며 "종합예술인 '투란도트'는 할 때마다 기대되는 작품이다. 저도 2008년부터 매년 무대에 서며 100회 이상 공연한 것 같다. 영혼의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연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페라 연출에 처음 나선 손진책 연출.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2023.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은 연극계 거장인 손진책 연출의 첫 오페라 작품이다. 그는 "연극이나 오페라 등 모든 공연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페라는 음악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데 공감했다"며 "가사와 음악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데, 꼼짝달싹 못하며 하는 작업에서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연극이 과정의 즐거움이라면, 오페라는 결과의 즐거움"이라고 밝혔다.

손 연출은 왕자 칼라프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시녀 '류'에게 주목했다.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인 '투란도트'는 3막에 등장하는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됐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며 일반적으로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투란도트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데,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공연은 이 결말을 비틀었다.

그는 "'투란도트'를 보면서 암울하고 슬픈 분위기의 '죽음의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를 '삶의 도시'로 바꾸는 구조로 연출하고 있다"며 "단순히 투란도트와 칼라프 커플의 승리가 아니라 류가 지키고자 한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며 좀 더 큰 사랑의 승리로 승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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