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폰 훔친 뒤 “먹을 거 내놔”… 약탈 문화 배운 ‘조폭 원숭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사원.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원숭이 한 마리가 여성과 대치하고 있다. 이 원숭이는 여성이 건넨 과일 하나에는 꿈쩍 않더니, 두 개째 건네자 그제야 손에 든 스마트폰을 ‘탁’ 내려놨다. 여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휴대전화를 챙겼다.
지난 16일부터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영상이다. 원숭이가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담보로 협상하는 듯한 모습은 단숨에 세계 각국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상은 게시 3일 만에 25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활용하는 게 영리하다” “혹성탈출처럼 원숭이가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올까 두렵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현지 상인이 과일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원숭이들이 관광객의 물건을 빼앗도록 학습시킨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 엑스 이용자는 “같은 곳에서 원숭이들이 내 모자를 훔쳐 갔는데, 상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옆에서 바나나를 2달러에 팔더라”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바나나를 샀고, 바나나를 원숭이에게 준 뒤에야 모자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비슷한 상황의 또 다른 영상도 등장했다. 원숭이가 관광객이 착용하던 안경을 가져간 뒤, 바나나를 받고서야 이를 내려놓는 모습이 찍혔다. 당시 이 관광객은 계단을 오르던 중 난간에 앉아있던 원숭이에게 안경을 빼앗겼다. 원숭이는 옆에서 다른 누군가가 음식을 하나 건네자, 부족하다는 듯 가만히 있다가 하나 더 주자 그제야 안경을 내려놨다. 앞선 영상 속 원숭이와 똑같은 행동이다.
전문가는 원숭이가 긴 시간 인간과 접촉하며 후천적으로 ‘약탈 문화’를 학습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레스브리지대 심리학과 부교수 장 밥티스트 레카는 가디언에 “영리한 원숭이는 머리핀이나 빈 카메라 가방처럼 관광객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물건보다 인간이 음식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물건을 노린다”며 “그 대상은 주로 휴대전화나 지갑, 안경 등 꼭 필요하거나 고가인 물건이 된다”고 했다.
레스브리지대 연구팀은 원숭이와 방문객 사이 상호 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273일간 발리 사원을 방문해 관찰 연구를 펼쳤다. 그 결과 실제로 원숭이들은 고가의 물건에는 많은 양의 음식을, 저가의 물건에는 적은 양의 음식을 요구했다. 레카는 “가치가 낮은 물건의 경우, 원숭이는 더 적은 보상을 받고서도 이를 돌려줬다”며 “협상이 길어지면 17~25분까지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동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이며, 이 개체군에서 적어도 30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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