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불안 고조…‘달러 강세·유가 상승’ 압박 커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악재가 쌓이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로 강달러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례적인 고유가·강달러 현상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으로 계속 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달러강세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고조된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국제유가 불안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의 하락세도 방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금융시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주변국의 참전 여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란의 참전 혹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여부다. 특히, 시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이란 등 주변 산유국으로 번져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당시와 같은 ‘오일쇼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이란의 전쟁으로 확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은 주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를 계기로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발언이 나오면서 더 커지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병원 폭발 이후 “이슬람협력기구(OIC)의 회원국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유가가 이미 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미국의 장기채 금리를 더 자극할 우려도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예상보다 좋은 미국의 경제지표에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힘을 받으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9%을 넘었다. 이에 더해 유가의 상승세가 물가를 자극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로 시장금리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이례적인 강달러·고유가 악재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고유가 현상과 강달러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전날보다 7.8원 상승한 달러 당 1357.4원에 마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로 거래하는 원유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지금은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고유가와 강달러가 겹쳤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달러 환율의 불안에 더해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만 달러 당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다”며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 경제는 물가가 오른다고 해도 미국처럼 긴축 강화로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5·7·8월에 이어 19일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한은은 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원화약세를 막기위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꺼내 쓰고 있지만, 이런 상태로 오래가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급등과 같은 상황이 현실화하면 그동안 경고에 그쳤던 추가 금리 인상이 실제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만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왔던 배경에는 은행권 연체율 상승,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등이 고려됐기 때문에 여전히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허들은 높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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