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등 판매 해외부동산 펀드, 줄줄이 위태
판매액 5천억…금융사 판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의 '절반'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개인 자금 1조여원이 묶인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고 있다. 고금리·코로나 충격에 전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면서, 미배당·매각 지연 등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사를 통틀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은 고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투증권의 판매액은 전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판매한 펀드에는 수익률 마이너스 82%도 존재한다. 만기를 연장한 이지스 독일 트리아논 빌딩 펀드부터 분기 연속 미배당이 발생한 스페인 네슬라 빌딩·아마존 물류창고 펀드 등이 있다. 2025년까지 이 펀드들의 만기가 도사리고 있다.
'매각 못할라'…스페인 네슬레 빌딩 대주단 '캐시스윕' 발동
캐시스윕이란 선순위 대주가 부채 상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펀드의 초과 자금에 대해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거나 매각이 지연돼 부채 상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발동되곤 한다. 최근 해외 오피스 빌딩 가격 하락으로 많은 해외 부동산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다.
문제는 이 경우 투자자들의 배당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네슬레 빌딩 펀드의 경우 만기가 5년(2025년 9월10일 만기)인데, 만기 내 매각에 실패해 대주에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6년차부터는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등에 대한 통제권을 대주가 갖게 된다. 이렇게 펀드 분배금이 묶이면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도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만기까지 매각이 이뤄져 돈을 갚는다면 캐시스윕이 작동하지 않지만,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펀드는 미리 배당에 제약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네슬레 펀드는 이미 환헤지 계약 연장 비용 발생으로 인해 지난 두분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도 배당을 하지 않는다고 공시한 상태다. 환헤지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계약 당시와 현재 환율 간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정산금을 지출하느라 배당을 건너뛰었다.
7~8% 수익률 봤건만…배당금도 미지급
2018~2019년 금융사들은 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연 7~8%대 수익률을 제시하며 우후죽순 부동산 펀드를 권했다. 이 시기 한투증권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로는 네슬레 펀드 외에도 아마존 물류센터 펀드(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A)와 독일 트리아논 펀드(이지스 글로벌부동산 투자신탁 229호 파생형) 등이 있다.
당장 내년 7월 만기를 앞둔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281호A도 환헤지 계약 연장에 따라 2기 연속 배당금이 미지급된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설정 이후 펀드는 플러스 수익권에 있지만, 1년 새 자산 가치는 10% 가량 하락했다. 해당 펀드는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도시에 소재한 아마존(Amazon)의 물류센터 3건을 매입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감정평가액이 전년 대비 영국 13.36%, 프랑스 8.56%, 스페인 8.26% 하락한 상태다. 이를 지난달 다시 펀드 장부가에 재반영한 결과 펀드 보유 외화 지분증권들의 가치는 전년 대비 각각 26.7%, 18.5%, 18.6%씩 하락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통상 1년 전부터 매각을 준비해야 해, 4분기부터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말 만기 예정이던 독일 트리아논 펀드(이지스 글로벌부동산 투자신탁 229호 파생형)는 평가가치가 82% 하락하면서 결국 지난 6일 열린 수익자총회에서 만기 연장을 결정했다.
만기를 올해 10월31일에서 2025년 10월31일로 연장하면서 2년의 시간은 더 벌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 상반기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계약을 해지해 공실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말 만기되는 대출도 문제다. 이지스운용은 트리아논 빌딩 투자를 위해 5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그 사이 조달 금리가 크게 높아진 만큼, 대주단과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판매사들은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 연장 등 이슈가 생기면 수익자 총회가 열리기 전 운용사와 함께 고객들에게 최대한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상품 수익률 상황이나 전망,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을 영업 직원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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