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왜 ‘9·11 대테러 작전’을 실수라 평가했나[세모금]

2023. 10. 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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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격퇴 과정에서 막대한 민간 피해 발생
난민 사이에 반미 감정 고조…IS가 포섭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피신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저지른 실수를 답습하지 말아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상전을 앞둔 이스라엘을 18일(현지시간)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뜬금없이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를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분노했고 정의를 되찾으려 했다. 정의를 얻기도 했지만 실수 역시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미국의 실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9·11 테러 이후 진행된 대테러 작전을 민간인에 대한 철저한 보호 없이 밀어 부친 결과 반미 정서라는 거센 후폭풍을 자초했으며 더 큰 저항세력을 마주해야 했던 경험을 조언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미국이 외국 파트너 국가와 협력해 민간인 사상자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사례를 공유하고 연구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국방부가 ‘민간인 피해 완화 대응 행동 계획(2023 Civilian Harm Mitigation Response Action Plan)’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군은 물론 미국의 안보 파트너 역시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했다.

이어 국무부는 올해 새로운 재래식 무기 이전 정책을 통해 민간인에게 해를 끼친 국가에는 무기 이전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에서 미군과 안보 협력 파트너에 의해 야기된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는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과 증오를 불러일으켰고 현지 무장 단체들이 구성원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수니파 극우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IS는 이라크 모술 지대에서 민간인 거주 구역 내에 땅굴을 파고 미군의 공습을 피해 활동했다. 이곳에는 250만명이 생활하는 주택과 시장이 밀집해 있었지만 미군은 공격 5주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을 어떻게 보호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듯 당시 미군은 공중에서 민간인들에게 다른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IS가 전단지를 주워든 민간인을 처형했기 때문이다. 미군의 폭격으로 수도시설을 포함한 인프라와 5000채 이상의 가옥이 폭격으로 파괴됐고 이 과정에서 9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피해 민간인이 500명 이상이었고 이중 187명이 어린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7월에는 미군 특수부대가 시리아 북부 토크하르 외곽에 IS의 주둔지라고 판단한 곳을 공습했다. 미군은 85명의 전투원이 사망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실제 이곳은 농민들과 지역주민이 폭격과 전투를 피해 모여있던 피신처였다. 이 곳에서 사망한 주민이 120명 이상이었다.

IS의 수도였던 시리아 라카에선 IS를 폭격한 후 건물의 80%가 사람이 살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었다. 랜드 연구소는 “몇 개월 지행된 포격과 시가전에서 살아남은 수천명의 민간인은 잔해 속에서 안전한 식수를 구할 곳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21년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한 1300여건의 비밀 평가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미 정부가 민간인 사상자 발생헤 대해 엄격히 제재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책임진 경우가 단 한건도 없었고 보상금이 지급된 사례도 10건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미군의 오판과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에 대해 물과 전기, 연료, 인터넷, 식량을 차단하 것은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인 집단 린치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력이 없으면 가자 지구 내 병원들이 시체 안치소로 변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이스라엘이 가지지구와 레바논에서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백린탄은 극심한 화상과 후유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인구 밀집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의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보호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간인에 대한 인프라 차단이나 백린탄 사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방위군의 지휘석에 앉아서 현장 전술을 지휘할 수 없다”고 개입의 한계를 강조했다.

사라 예거 휴먼라이트워츠 워싱턴 국장은 “무리한 작전으로 발생한 수만명의 민간인이 난민으로 떠돌아 다니면서 지역 불안정을 가중시켰고 무장단체들은 이틈을 노려 난민들을 포섭했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연합군을 지휘한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은 민간인이 사망할 때마다 더 많은 반군이 생겨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예거 국장은 “지금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세계 무대에서 이스라엘 신뢰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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