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주자들, 멕시코 국경 통제 강화에 가자지구 전쟁 이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이 이를 이용해 국경 통제 강화를 시도하는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미국-멕시코 국경 안보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제 분쟁을 이와 아무런 관련 없는 국내 이민 논쟁으로 연결짓는 ‘참신한’ 시도라고 꼬집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지난 8일 NBC방송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미국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부터 남부 국경을 봉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은) 심사를 받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또 다른 9.11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상 검증을 통해 외국인 이민자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지난 16일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에서 “미국으로 오려는 모든 이민자에 대해 강력한 사상 검증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가자지구,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리비아 또는 어디든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지역에서 오는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이슬람 극단주의나 테러주의에 공감하는 사람을 비롯해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게 공감하는 외국인 거주자들을 적극적으로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증거 없이 하마스 무장세력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자지구 이미지를 올리면서 “멕시코 국경을 통해 군인 연령대의 이민자 남성들이 너무 많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이 (위험에) 취약해 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민자 문제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갖는 주제 중 하나다. 지난 6~8일 진행된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원의 4분의 1이 이민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멕시코 국경 문제와 아무 연관 없는 국제적 분쟁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창의적”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 위트 아이레스는 “효과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혁신적이긴 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중도 유권자들을 등 돌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레스는 “이민 문제는 신뢰할 수 있고 설득력 있게 다뤄져야 한다”면서 “전면적인 입국 금지 같은 (극단적) 주장은 절대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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