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⑩풀어드립니다…다단연소사이클엔진·우주관측

박정연 기자 2023. 10. 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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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위성과 지구 표면의 바다를 표현한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수년째 과학기술, 의학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합동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첨단 과학기술 용어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관련기사: "처음 들어봐요"…난해한 전략기술 용어, 육성 걸림돌 우려)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인 ‘우주항공·해양’은 비교적 대중들에게 익숙한 분야다. 특히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 기술의 개념이나 관련한 연구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 대형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다단연소 사이클은 엔진 밖으로 터빈 가스를 버리지 않고 터빈을 돌려준 가스를 다시 연소기에 넣어서 연소한다는 개념이다. ‘폐쇄형 사이클’이라고도 한다. 앞서 7t 혹은 75t급 액체엔진에선 가스발생기 혹은 ‘개방형 사이클’ 엔진이 사용됐다. 누리호에 장착되기도 한 개방형 사이클 엔진은 전체 추진제 중 4%를 가스발생기로 보내서 연료 과잉 가스를 만든 다음, 터빈을 돌려 밖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은 산화제와 일부 연료로 산화제 과잉 가스를 만든 다음, 터빈을 돌리는 데 사용된 가스를 재차 연소기로 보내서 다시 연료와 연소하는 방식이다. 기존 개방형 사이클 엔진과 비교했을 때 4~5% 정도 효율이 높다. 터빈을 돌려주는 터빈가스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연소기에 사용하기 때문에 더 효율이 높은 엔진이 되는 것이다.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은 2007년 기본 개념설계 기초연구가 시작됐다. 현재 개발 중인 9t급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이 잘 구현된다면 대형발사체에 들어갈 수 있는 90t급 엔진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은 2023년 한국의 첫 번째 달 착륙선을 싣고 지구를 떠나는 차세대 발사체에 장착될 예정이다.

● 우주관측·센싱

우주관측은 우리은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이다. 우주관측을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적외선 영상이 있다. 적외선 영상을 분석하면 우리은하 고온가스의 물리적 특성, 우리은하의 기원, 성간난류의 물리적 특성, 우주탄생 초기 별들의 공간 분포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있다.

또 태양의 변화를 관측해 우주 날씨를 예측하는 등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우주환경에 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다. 우주센싱 기술은 함선, 항공기 등이 자기 위치를 측정할 수 있게 하는 위성기술로 대표된다. 글로벌위치시스템(GPS) 운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현재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는 정밀한 항법위성(인공위성)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달착륙‧표면탐사

달착륙과 표면탐사는 달에서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으로 오는 2032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 1.5t급 달착륙선에는 10년간 2조132억원이 투입된다. 달착륙선을 무사히 달에 보내기 위해 현재 한국형 중궤도 및 정지궤도 발사체(KSLV-Ⅲ)가 개발 중이다. 달 자원 탐사와 관련해선 현지에서 얻은 표면 샘플을 분석하기 위한 감마선, 엑스선, 중성자, 레이저유도분쇄분광기 등이 개발되고 있다.

● 첨단 항공가스터빈엔진‧부품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은 대부분의 상용 및 군용 항공기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공기 흡입식 추진기관이다. 다른 형태의 엔진에 비해 비추력이 크기 때문에 크기 및 무게를 고려했을 때 현대 항공기에 가장 적합한 추진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00년간 항공기를 더 크게 만들고, 더 멀리 운항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다.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은 대기 중의 공기를 압축해 이를 연소기 내에서 연료를 태워 연소가스를 분사하고 추진력는 방식(터보제트 방식)과, 터빈을 돌려 같은 축에 연결된 팬을 회전시켜 추진력을 얻는 방식(터보팬 방식)이 있다. 현재는 엔진의 고고도 환경시험 신뢰성 향상, 압축기의 압력비를 높이는 고부하 압축기 설계기술, 연소가스의 온도를 높이면서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연소기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 밖에 높은 온도의 연소가스를 견디면서 터빈이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냉각기술 등과 같이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한 핵심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 해양자원탐사

해양자원 탐사는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자원을 탐사하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미래 저탄소에너지의 탐사 및 개발을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안전한 해양자원 확보를 위해 해양플랜트 설치 및 운용, 탐사와 해저지층 파악 등 해양물리탐사 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인 우주항공·해양 분야와 관련해 정부는 향후 5년간 단기계획으로 다단연소사이클 발사체엔진 핵심기술개발, 초정밀 항법위성 발사 등을 제시했다. 5~10년 중장기 계획으로는 차세대발사체 개발, 레이더‧광학관측, 달탐사 자립화 핵심요소기술 개발에 나선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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