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서동주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 얻게 해 준 기회, DM으로 응원 많이 받아" [인터뷰M]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두뇌 서바이벌 게임 '데블스 플랜'에서 장르 최초 국내 여성 우승자가 될 뻔했으나 안타깝게 탈락한 서동주를 만났다. 올해 있었던 부친상(故 서세원)으로 인해 꽤나 심난한 시간을 지내고 있겠다 생각했던 서동주였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보인 모습은 의외로 너무나 따뜻했고 스마트하고 정의로웠다.
실제로 만난 서동주는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키가 크고 마르고 얼굴도 작았다. 무엇보다 헤어스타일 변신으로 '데블스 플랜'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데블스 플랜' 공개 이후 주변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밖에 돌아다닐 일은 없어서 대면으로는 잘 모르겠다. 방송때와 달리 스타일이 달라져서 저를 잘 못 알아보시더라. 그런데 온라인상으로는 반응이 엄청 뜨겁다. DM이나 댓글로 '언니 사랑해요' '언니 멋있어요'라는 글이 많이 달리고 해외 팬들도 '언니'라는 말을 영어로 'unni'라고 쓰면서 메시지를 엄청나게 보내주신다. 전 직장인 해외의 로펌 상사들도 '네가 왜 여기서 나와?'라며 메시지 주셨고 자녀들과 함께 봤다면서 '잘했고 3등 해서 아쉬웠다'는 연락도 주시더라"며 팬이 급증했음을 알렸다.
'데블스 플랜'에서 놀라운 기억력과 빠른 이해력과 본능적인 판단력을 선보인 서동주는 최후의 3인까지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메인매치가 아닌 상금매치에서 궤도의 실수로 탈락하였다. 너무 아쉬운 탈락이었다. 서동주는 "제가 거기서 명언을 남기지 않았나. 동재가 탈락했을 때 '그의 패인은 동재 자신이다'는 말을 했었는데, 저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제가 탈락한 요인은 저 자신에게 있다. 좀 더 철두철미하게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미흡했다. 그래서 아쉽기보다는 다음에 혹시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더 계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패인을 분석하는 T다운 모습을 보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서동주의 탈락에 대해 라이벌이었던 궤도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그는 "저도 그 이야기 진짜 많이 들었다. '너 지금 궤도의 큰 그림에 당한 거다'는 말도 직접 하시는 분도 계셨고 궤도에게도 DM으로 '너 일부러 동주를 떨어트렸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더라. 그런데 그건 의도적인 게 아니었다. 서로 누가 무슨 색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서로의 순서를 가늠할 수 없었다. 또 자신이 이겼을 때를 빼고는 내가 이겼는지 하석진이 이겼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궤도 입장에서도 자신이 실수했을 때 누가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 또 워낙 친한 사이라 궤도가 일부러 저를 떨어트리려 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라며 궤도의 고의가 아니었음을 대신 해명했다.
그러며 궤도의 공리주의에 대해 "그게 너무 진심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공리주의라고 뭉뚱그려 표현이 되었지만 실제 궤도가 원했던 건 출연자 개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빨리 탈락하는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아남아 개인의 장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탈락하자는 취지였다며 궤도의 의도를 해석해주기도 했다.
"다 같이 살아남아 상금을 나누자는 공산주의식 주장은 아니었다."며 궤도의 입장을 정정한 서동주는 "저는 사실 궤도와 하석진의 중간 입장이다. 하석진은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아야 한다였는데 너무 철저하게 능력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었다. 궤도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고, 저도 원래는 하석진 같이 실리주의자였는데 궤도를 만나서 신선함이 있었다. 본인이 똑똑한데도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성향은 하석진 쪽에 가까웠지만 궤도와 연합을 하게 된 것"이라며 어째서 궤도와 연합해 플레이를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데블스 플랜'의 메인매치와 상금매치에 대해 "이기주의적인 마음과 이타적인 마음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다."라고 정의한 서동주는 동맹을 맺은 동료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런 동맹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고민하고, 아끼던 동료의 탈락에 눈물지으며 시리즈 종료 시 '그냥 이 안에 있으면서 이 전체가 저의 우주였어요. 바깥세상은 상상도 잘하지 않았고 이 안에서의 생활이 저의 전부였어요. 일주일 동안 나의 우주였다.'는 고백을 하며 출연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 두뇌 서바이벌과 달리 '데블스 플랜'은 출연자들이 7일 동안 합숙을 하며 더 돈독한 친분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어 간의 연합에 따른 감정적인 개연성이 더 심해졌다.
불투명한 유리 벽, 시스루 커튼으로 다른 방에서 누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는 합숙 환경이었어서 플레이어 간의 연합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오전 7시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11시부터 메인 매치,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9시간 동안 게임을 한 뒤 생활동에 돌아온 뒤 한 시간 정도 휴식, 이후에 다시 상금 매치도 끝나고 나서 생활동으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고 게임을 복기하면서 야식을 먹고 나면 새벽 2시. 이렇게 쳇바퀴 돌듯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주일을 힘들게 보냈다며 촬영 기간 동안의 시간을 설명한 서동주는 "영화 '인셉션'에서 림보에 들어갔다 나올 때 사람이 늙어서 나오는 것처럼 겨우 일주일 갔다 왔는데 골골하면서 바깥세상이 기억이 안 나려고 하고 일주일이 7년 같았다."며 유난히 끈끈하고 밀도 높았던 시간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동주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된 존재는 박경림이었다고. "현장에서 박경림은 대천사였다. 감정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박경림이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까지 마사지를 해줬다. 예민하고 첨예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박경림이 버퍼 역할을 많이 했다."며 현장에서의 박경림의 활약을 이야기하는 서동주는 촬영 이후에도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며 아주 돈독한 사이가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또 이혜성, 김동재, 궤도, 하석진과도 꾸준히 자주 만나며 곽준빈과는 이후에 다른 방송 프로그램 촬영도 했었단다. "게임을 할 때 저는 김동재를 날카로운 사람으로 봤는데 나중에 보니까 되게 마음이 여린 애기였더라. 그 안에서는 너무 팔팔하게 살아 뛰는 생선 같은 느낌이어서 두려운 존재라 생각했는데 너무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 아기를 내가 그렇게 무서워했구나 싶었다. 김동재는 너무 착하고 순한 아이다."라며 방송에서 보이는 것과 알고 보니 완전 다른 사람이었던 인물로 김동재를 꼽았다.
가장 반전이 없었던 인물로는 이혜성을 꼽았다. "너무 요정 같은 사람이라 뭔가 이상한 게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한결같다. 애교 있게 말도 잘하고 매번 빵도 어쩜 그렇게 잘 굽는지 만날 때마다 빵을 구워준다."며 방송에서 보는 환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실제에도 똑같다고 했다.
어쩌면 가장 라이벌 구도에 있었던 하석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서동주는 "하석진은 배우여서인지 아우라가 있더라. 게임을 하다 보면 하석진이 벽에 기대서 아련하게 사람들을 살피는데 그 모습에 뭔가 있는 줄 알았다. 뭘 그렇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게임이 이해가 안 돼서 그러고 있었다더라. 하석진은 우승을 하고 나서도 똑같다. 다만 첫 회식 때도 우승 이후에도 본인이 회식비를 냈다."며 직업에서 오는 아우라에 혼자 착각했던 이야기를 해 웃음을 안겼다.
MBTI검사 결과 ESTJ라는 서동주는 후반부에 함께 연합을 맺었던 플레이어들이 차례로 탈락할 때마다 폭풍눈물을 흘리는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의 자신이 꼴 보기 싫었다는 서동주는 "사실 그때 제가 개인적으로도 힘을 때. 엄마가 암 투병 중이라 응급실에 실려가실 때였다. 그동안 정종연 PD의 프로그램을 보면 법조인들은 평균적으로 3일 차에는 다 탈락을 하더라. 그래서 나도 2일 차에 탈락할 줄 알았다. 의외로 오래 살아남으면서 밖에서 투병 중인 엄마 걱정도 너무 되고 24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느낀 동료들이 많아지면서 서로에게 화도 나고 서운하면서도 되게 즐겁고 고마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며 자신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비하인드를 고백했다.
이런 서동주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그동안 보여왔던 완벽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 외에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것. 서동주는 "예전에 봤던 책 중에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에 관한 게 있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번 촬영을 끝내고서야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받더라도 나의 솔직한 모습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100% 솔직할 수는 없겠지만 살면서 진솔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며 살아가는 게 내게 더 맞는 인생 방식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데블스 플랜'을 통해 얻게 된 것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만약 다음 시즌에 또 출연이 가능하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다시 한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고 생각하니 이건 멘털싸움이더라. 수학이 아닌 산수 문제가 많았고, 그렇게 힘든 게임은 아니었다. 그런데 감정에 휩쓸리고 정이 들다 보니 더 쉽게 흔들린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3위를 한 게 제 실수로 된 건 아니었다. 타의에 의해 떨어진 거라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내 행동과 내 의지에 의해 떨어지거나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신을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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