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자 수필선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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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수필가 최민자의 신작 수필집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가 출간됐다. 흐르는>
이 책에는 앞서 나온 일곱 권의 수필집에서 엄선한 작품들과 새로 쓴 작품들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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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수필가 최민자의 신작 수필집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앞서 나온 일곱 권의 수필집에서 엄선한 작품들과 새로 쓴 작품들을 추가했다. 자연과 인생, 존재와 근원에 대한 날카로운 예지와 깊이 있는 통찰을 감각적인 문체로 담아낸 122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금아 피천득 선생은 "최민자의 글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들어 있고,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성이 있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예지도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날카로움은 남을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생, 사물의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오는 것이다. 그의 글은 정적이면서도 또한 지적이다. 반짝이는 예지, 조금만 드러낼 줄 아는 자제력, 정제된 언어, 그런 것들로 해서 그의 글은 아름답다. 그의 글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떤 찬사도 아끼고 싶지 않다"고 평한 바 있다.
최 작가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윤오영문학상을 수상했고, 현대수필문학상, PEN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필집으로 <흰 꽃 향기>, <꼬리를 꿈꾸다>, <손바닥 수필>, <꿈꾸는 보라>, <사이에 대하여> 등이 있다.
최 작가의 수필은 일상과 철학 사이에 있다. 소소하고 자지레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편적 진실을 감각적 문체와 성찰의 깊이로 재해석한다. 그의 수필은 삶의 공격적 허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치유의 문학을,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는 통섭의 인문학을 추구한다.
누가 새들을 자유롭다 하는가. 하늘에는 새들이 걸터앉을 데가 없다. 목축일 샘 하나, 지친 죽지 하나 부려 둘 걸쇠가 없다. 새들에게 하늘은 놀이터가 아니다. 일터다. 망망한 일터를 헤매어 제 목숨뿐 아니라 주둥이 노란 새끼들의 목숨까지 건사해야 하는 새들은 녹두알 같은 눈알을 전조등 삼아 잿빛 건물 사이를 위태롭게 날며 기적처럼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마른 씨앗 한 알, 버러지 한 마리 놓치지 않고 적시에 부리를 내리꽂아야 한다. -29쪽
골목의 시간은 느리다. 한 잔 술에 거나해진 남자가 외눈박이 가로등 아래를 갈지자로 흥청이며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흥얼거려보는 곳도, 산전수전 다 겪은 안노인들이 구부정한 어깨로 쭈그려 앉아 누추한 일상을 궁시렁거려 보는 곳도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골목에서일 것이다. 골목에서는 바람도 속도를 늦추고 모퉁이에 쌓인 눈 더미마저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천천히 녹는다. 달각거리는 냄비 소리, 도란거리는 말소리, 선잠 깬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진즉 생의 이면을 알아버린 사람들의 가슴조차 잔잔하게 흔들어 놓고, 밥 냄새, 찌개 냄새, 비 오는 날 호박전 부치는 냄새들이 가난했지만 가난을 몰랐던, 아늑하고 따스한 기억 속으로 우리를 가만히 데려다 놓는 것이다. -113쪽
사랑이 삶을 관통하는가. 삶이 사랑을 포섭해 들이는가. 빠르게 붕괴하고 쉽게 상하는 게 사랑이지만 세상 모든 영화와 문학, 대중가요 속에 유효기간 없이 통용되어 온 테마가 사랑이고 보면 사랑과 사람(삶), love와 live가 음소 하나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이유가 자명해진다. 살아가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어서 사랑 없이 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영화도 문학도 대중가요도 이루어진 사랑 아닌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살갗을 공유하고 체온을 확인하는, 찰나의 불꽃놀이를 상시화하는 일인가. 주민등록을 합치고 수저통을 합치고 합리적 인수합병(M & A)의 시너지를 창출해 종족 번성에 이바지하는, 그것이 이루어짐의 궁극인 건가. -260쪽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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