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마스크걸'에선 양아치, 이번엔 그냥 나쁜 놈이에요"

오보람 2023. 10. 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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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감한 시민'서 학폭 가해자 역…"신혜선에 지기 싫었다"
영화 '용감한 시민' 주연 배우 이준영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마스크걸'이랑 'D.P.'에선 양아치 같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나쁜 놈을 연기했어요.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란 걸 부각하려 했습니다."

19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용감한 시민'의 주연 배우 이준영은 학교폭력 가해자 '한수강'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박진표 감독이 연출한 '용감한 시민'은 수강이 전직 권투 선수이자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저 재미로 친구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던 수강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때리는 사람과 맞닥뜨린다.

이준영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과 'D.P'에서도 잇따라 악역을 선보였다. 두 작품 모두 여자친구에게 기생해 살아가는 폭력적인 남자를 연기했다.

그러나 그는 수강 역할은 "매 순간이 고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해내기 어려운 악역이었다고 털어놨다.

"첫 촬영 때 감독님께서 제 연기를 보시고는 '너무 착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악마다'라고 저를 세뇌하면서 매 순간 임했죠.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촬영 중간이나 끝나고 나서 울기도 했어요. 인간 이준영의 자아와 한수강이라는 캐릭터가 부딪친 순간이었습니다."

영화 '용감한 시민' 속 이준영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준영은 실제로는 낯을 많이 가리고 진지하면서도 쾌활한 성격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이 정도 수위의 악역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그간 보여준 캐릭터를 넘는 게 저의 숙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개될 작품들에선 밝고 착한 역할이다. 어쩌다 보니 악역을 소화한 작품이 연달아 공개됐을 뿐 이런 역할만 캐스팅 제안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D.P.'에서 액션 실력을 뽐냈던 이준영은 '용감한 시민'에서도 강도 높은 싸움 장면을 선보인다. 와이어를 사용해야 하는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든 신을 직접 소화했다. 6개월간 무에타이 등 각종 무술을 훈련한 결과다.

이준영은 "20대에 이런 액션을 하는 건 마지막일 것 같아서 '한번 불태워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순간순간 변하는 수강의 표정과 점차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액션 합을 맞추는 상대 배우가 여자라는 점이었다.

이준영은 "혹시라도 상처를 낼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혜선 선배가 미리 짜놓은 동작보다 좀 더 깊게 들어올 땐 다칠 것 같아서 일부러 엔지(NG)를 내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준영은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신혜선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상대 배우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혜선 선배님은 열정이 굉장한 사람이라서 주변 사람들한테도 다 영향을 줘요. 어떨 땐 둘이 촬영도 하기 전에 액션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땀에 흠뻑 젖는 바람에 감독님에게서 혼나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질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하하."

영화 '용감한 시민' 속 이준영 [마인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가 되기 전 보이그룹 유키스와 UNB로 활동한 이준영은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하며 부지런히 살아왔다. 악역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를 연기한 영화 '모럴센스'처럼 코미디에도 종종 도전했다.

그는 "도전정신을 깨우는 작품을 할 때 성취감이 든다"면서 "대중이 '아,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10년이 엄청나게 빨리 지나갔어요. 치열하게 잘 살아온 것 같아서 후회는 없습니다. 시간을 되돌려도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을 정도예요. 그동안 잘된 일도,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제게 굳은살을 박히게 해준 세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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