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잡해진 한은의 금리셈법… ‘이-팔 사태’ 변수에 금리 동결 길어질듯

박소정 기자 2023. 10. 19. 16: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19일 기준금리 연 3.5%로 6연속 동결
“‘이-팔 사태 발생하며 어떻게 될지 예단 어려워져”
“향후 3개월 ‘인하’ 옵션 열어야” 의견도 처음 나와
시장 “내년 상반기까진 기준금리 동결 이어갈 것”

한국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지켜봐야 할 요소’가 더 많아졌다는 이유로 한은의 관망세는 짙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국제유가가 뛰면서 당초 전망보다 더디게 내려가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까지 발발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운 상황이다.

물가·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년엔 어려웠던 시기이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위기들이 진정되면서) 경제가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려 했다”며 “그런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폭풍전야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연 3.5%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의 동결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6연속 기준금리 동결한 한은 “물가 둔화 지연될 것”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열린 10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를 억제하고,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0차례 인상해 오다, 올해 들어 2·4·5·7·8·10월 연속 동결했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살짝 튀어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한은이 전망한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어 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9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다소 높아졌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3.3%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한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란 변수가 나타나면서 향후 물가 상승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에 더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이 당초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근원 물가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의 목표 수준(2%) 수렴 시기도 기존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물가 목표 수렴 여부는 기준금리 인하 논의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 시기가 기존의 기대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셈이다. 한은은 오는 11월 경제 전망을 통해 수정된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그래픽=손민균

◇ 모습 드러낸 비둘기파… 가계부채·물가·성장 복잡해진 금통위

다만 금통위원 사이에선 슬슬 ‘성장’에 대한 우려도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다. 향후 3개월 금리를 전망하는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 발언을 참고하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고 목표치에 수렴하는 시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유지했다.

이들 5명 가운데선 더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의견도 제시됐다. 이 총재는 “5명의 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금통위원 중 한 분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성장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는 1명의 소수의견도 나왔다. 이 총재는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향후 3개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최종금리 수준을 연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만장일치였는데,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처음으로 인상·인하 가능성이 함께 언급되며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시장 “내년 상반기까진 연 3.5% 불가피… 동결 기간 장기화”

한은의 커진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금통위를 두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지만, 한편으론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이고 이전보다는 매파의 강도가 좀 더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경기·금융 안정·대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국면에서는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동결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의 금리 동결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말까지는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내년 상반기 중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정책 결정 내용과 향후 성장 경로상의 하방 압력 확대 정도에 따라 인하 기대감 형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