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시계·디올 백’ 김정은 일가 사치품 공개···통일부, 북 자극
통일부, 김정은 일가 명품 정보 첫 공개
“정말로 주민 생각한다면 민생 돌보라”
‘남북관계 개선’ 역할 멀어지는 통일부
통일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치품’ 소지·착용 사례를 일일이 소개하며 “북한이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상당의 김정은 일가 사치품을 수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할 통일부가 북한 수뇌부와 관련한 자극적인 정보를 공개하며 대북 압박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 일가 모두가 (김 위원장) 집권 직후부터 최근까지 공개 활동 시 고가의 옷과 시계, 펜, 가방을 노출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딸 김주애, 배우자 리설주 여사가 사치품을 소지·착용한 사례를 일일이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 명품 ‘IWC’ 시계를 착용한 채 ‘몽블랑’ 펜을 사용했고, 동행한 김 부부장은 ‘디올’ 고급 토트백을 휴대했다는 것이다.
김주애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대 발사훈련 현지지도 동행 당시 ‘디올’ 고급 재킷을 착용했고, 리 여사는 2018년 4월 예술축전에 참석했을 때 스위스 ‘모바도’ 고급 시계를 착용했다고 통일부는 소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각 사치품의 가격에 관한 질문에 “IWC 손목시계는 1000만원, 몽블랑 펜은 수백만원, 디올 백(가방)은 1000만원 정도, 디올 재킷은 수백만원”이라고 하나하나 답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일가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나’라는 질문엔 “김 위원장이 (어릴 때) 스위스에도 있었다”며 “유럽 쪽을 많이 알고 있고 나름대로 선호도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통일부가 김 위원장 일가의 명품 등 사치품 사용 동향을 언론에 밝힌 건 처음이다. 통상 김 위원장 일가의 활동이 북한 매체에 공개될 때마다 국내외 언론에 보도돼 이목을 끈 정도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이 정말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대북 제재 위반인 사치품 수입에 몰두할 게 아니라 민생을 돌보고 비핵화 길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압박 부처로 변모하는 통일부 현실을 나타낸다. 통일부가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을 파견받으며 강화한 북한 정보분석 업무가 북한 실상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데 활용되는 모습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현 정부 기조 속에서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최대한 부각해 압박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과 대화·교류·협력을 준비하며 남북 간 긴장을 관리해야 할 통일부 본연의 역할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통찰하기보다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신변잡기적 정보를 전달하며 체제를 폄훼하는 수준”이라며 “통일부는 북한 모욕주기 식의 선정적 접근을 할 부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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