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전공→의대' 현실화 되면…학내 합의·인기과목 쏠림 방지 관건

김정현 기자 2023. 10. 19. 16: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첨단분야 인재 확보, 벽 허물기 추진" 깔려
지방 사립대 일부서 의대 연계 자율전공 요구
대학 총장들 사이서도 엇갈려…의대 반발 예상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19. kmx1105@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자율전공학부(무전공) 입학 이후 의과대학 진학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대학의 '전공 벽 허물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 의대가 서울대 상위권 학과보다 높은 입학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면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지방 사립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자율전공학부 입학 후 의대 진학 허용' 방안은 의대를 보유한 일부 지방 사립대 총장들을 중심으로 거론돼 왔다.

지방 사립대 입장에서 의대만큼은 서울대 주요 학과보다 입학 성적이 더 높다고 해도 다른 학과는 신입생 모집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의대 일부 정원, 또는 증원되는 의대 정원 중 일부를 자율전공으로 뽑고 진학 기회를 열어준다면 학생 유입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첨단분야 인재 확보를 지시하며 수도권 대학 정원 순증까지 이어졌으나, 정작 반도체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첨단 학과로 입학한 뒤에 대입을 다시 준비해 자퇴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문제가 지적돼 오기도 했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대학알리미 자료를 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원 4곳에서 지난해 268명이 중도이탈, 2019년보다 52.3% 늘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도 자연계 학생 40%에 해당하는 1388명이 지난해 대학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현장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사회 병폐로 지적되는 상황에 이르자, 제안을 들은 교육부 고위급들이 실무 부서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교육부에 따르면 5년 간 국고 1000억원을 지원 받게 되는 글로컬대학30에 통폐합을 공약한 국·공립대 4곳을 포함한 15곳이 예비 선정됐다. 10월까지 이 중 10곳을 뽑는 본지정 평가가 남아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 부총리도 이번 인터뷰에서 자율전공 입학 후 의대 진학이 허용되면 대학 전체 모집정원의 30%가 아니라 모든 정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한다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관측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취임 후 세계적 지방대 육성을 명분으로 5년 간 국고 1000억원을 투입하고 혁신을 유도하는 글로컬대학30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 혁신도 이 부총리가 내세운 명분 가운데 하나다. 이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이미 모든 신입생을 전공 없이 선발하고 있는 KAIST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무전공으로 선발한 이후부터 교수들이 매년 강의계획서를 업데이트(보강)한다"고 했다.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대학 교수들이 강의계획서도 고치지 않고 아직도 '족보'가 횡행하는 현실 속에서도 기득권에 안주한다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된다고 의대 쏠림이 완화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의대 준비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예컨대 의대를 진학하기 위해 대학교 1~2학년 시기에 과도한 학점 경쟁이 벌어지고, 의대에 진학해 수업을 듣기 유리한 화학과 생명과학 등의 분야 수업에 수강생이 몰려 '수강신청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총리는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해 자유전공학부 입학 후 2년 동안 수업을 들으며 설령 처음에는 의대를 지망했더라도 추후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공계 인재 확보가 대학 내에서 어려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지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건축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거나 의사가 되는 졸업생도 많다"며 "학생 수 감소 속에서 국가와 지역에 필요한 산업인재 양성을 위한 학과 재편을 위해 무전공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의대 진학과 연계하는 것은 너무 무리하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 고위급들은 의대의 반발 기류도 상당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과거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예과 2년과 본과 4년의 학부 선발 방식으로 복귀한 명분 중 하나가 내실 있는 의학교육이었다. 4년만으로는 충분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의대 교수들의 우려가 있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0.19. jhope@newsis.com

교육부는 지난 6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약학계열 학과에서 예과 2년, 본과 4년을 운영하도록 규정한 규정을 100여년만에 삭제했다.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 본과를 6년 간 운영해 보다 밀도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요구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만큼 자율전공학부로 입학 후 2년 간 다른 전공을 공부한 뒤 다시 4년 간의 본과로 운영하는 방식을 두고 의대 교수들이 선뜻 동의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부총리도 인터뷰에서 당장 도입을 천명하기보다 대학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도입되더라도 자율전공학부에 의대를 연계해 모집할 지 여부를 전적으로 맡길 가능성이 크다. 대학 본부와 의대, 자연대와 공대 교수들 간에 합의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전략' 브리핑에 나와 관련 질문을 받고 "의대 정원 증원의 규모나 이런 것들이 아직 의사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 자리에서 저런 아이디어나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곤란하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