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나들이하는 장애인아시안게임 체스 대표 김민호 “정신무장이 가장 중요하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따라서 동네 문화센터에 갔다. 거기에서 접한 게 체스였다. 그때 배워 지금까지 열중해온 체스로 태극마크까지 달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체스는 상대 킹을 죽여야 이기는 게임. 김민호(23·대한체스연맹)는 “상당히 공격적이라서 재밌다”며 “머릿 속으로 생각하는 걸 실제 경기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며 웃었다.
김민호는 오는 22일 시작하는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체스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체스는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채택됐고 김민호는 유일한 한국국가대표다. 김민호는 한국체스랭킹 10위권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전종목 출전을 위해 체스 선수를 찾다가 김민호를 발견했다. 김민호는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기뻤다”며 “친구들도 당연히 내가 가야한다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김민호는 근육장애를 갖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하루 한 판씩을 두는 비장애인 대회와 달리 항저우에서는 하루에 두 판씩 둘 수도 있다. 안성민 감독(대한체스연맹)은 “총 7판을 해야한다. 체력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자칫 시간 제한에 걸릴 수도 있다”며 “김민호는 오프닝(초반부)에 강하고 속기파라서 컨디션만 좋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는 “솔직히 체력 걱정이 많이 된다”며 “정신 무장을 더욱 철저하게 하고 당일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는 생활보조원과 함께 항저우에서 생활한다. 생활보조원은 바로 어머니 방영순씨(56)다. 방씨는 “평소처럼 엄마가 생활하는 걸 도와주는 게 편할 것 같아서 동행을 결심했다”며 “민호가 건강한 몸과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민호는 이번이 생애 첫 해외 여행이다. 장애로 인해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해외 여행은 자제해왔다. 방씨는 “처음에는 항저우에 가지 말자고 했는데 본인이 도전하고 싶다고 해서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민호는 메달권 진입을 일단 목표로 삼는다. 체스가 처음 채택된 데다 선수들도 낯설어 실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민호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며 “직접 맞붙어 보면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대진, 경기 방식 등이 경기일 임박해서야 정해질 것 같다”며 “체력이 버텨주는 게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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