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허술한 사건 처리에 임금체불 선원 ‘한숨만’
선주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선원이 있습니다.
이 선원은 검찰의 허술한 사건 처리로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수사권 없는 해경에 사건 이송…고소사건→인지사건으로 분류
지난해 6월 선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선원 김현우 씨는 선원법 위반 혐의로 선주를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선원법 제127조에 따라 선원 근로 관계는 오로지 검사와 특별사법경찰인 선원근로감독관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6일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을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이송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해경은 결국 일주일 뒤인 7월 14일 이 사건을 특별사법경찰이 있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넘겨야 했습니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 지켜보던 김 씨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김 씨는 "선원법을 검색해보고 일반 사법경찰이 아닌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었다"며 "검토도 해보지 않고 수사권이 없는 해양경찰서로 사건을 이송을 시켰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사에 나선 해양수산관리단 특사경은 시간 외 수당 등 김씨에 대한 추가 체불 임금도 확인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제주지검은 체불 임금 일부를 지급한 점, 미지급액을 놓고 다툼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씨는 항고해봤지만 고등검찰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이 직접 고소한 사건인 만큼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재정신청을 하려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검찰이 직접 인지한 사건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직고소 사건'은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이 가능하지만, '인지사건'은 대검찰청에 재항고만 가능합니다.
김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달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체불된 임금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아직까지도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데 과연 고의성이 없는 게 맞는지 되묻고 싶다"며 "재정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저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체불임금이 소액이다 보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한쪽 구석에 내팽개치는 것 아니냐"면서 "검찰 자신이 원고인 것처럼, 자신의 사건처럼 수사해주진 않겠지만 적어도피해자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 소액이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악용하는 사업자들에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 "바로잡지 않은 게 더 큰 문제"…"한마디로 무성의"
실제로 검찰이 김 씨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 통지서'를 보면, '고소인 성명'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표기됐지만 '피의사실 요지'에서는 김 씨를 수차례 '고소인'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지사건'으로 처리해 재정신청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학준 변호사는 "사건을 잘못 표기한 것도 잘못이지만, 고소인이 재정신청을 하려 했을 때 (검찰이)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실제 인지사건이 맞는지 살펴보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과거 제가 맡은 고소 사건도 전산에 인지 사건으로 표기돼 있어서 재정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시엔 법률 전문가인 변호인이 항의하니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의 사건 처리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박용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은 " 한마디로 '무성의 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며 " 사건 처리의 기본 절차조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은 이어 "돈 없고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법에 기대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 권력인 검찰이 국민의 권리를 내팽개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법무부와 검찰에 항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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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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