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허술한 사건 처리에 임금체불 선원 ‘한숨만’

안서연 2023. 10.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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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선원이 있습니다.

이 선원은 검찰의 허술한 사건 처리로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수사권 없는 해경에 사건 이송…고소사건→인지사건으로 분류

임금 체불 피해를 입은 선원 김현우 씨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지난해 6월 선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선원 김현우 씨는 선원법 위반 혐의로 선주를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선원법 제127조에 따라 선원 근로 관계는 오로지 검사와 특별사법경찰인 선원근로감독관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6일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을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이송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해경은 결국 일주일 뒤인 7월 14일 이 사건을 특별사법경찰이 있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넘겨야 했습니다.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 지켜보던 김 씨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김 씨는 "선원법을 검색해보고 일반 사법경찰이 아닌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었다"며 "검토도 해보지 않고 수사권이 없는 해양경찰서로 사건을 이송을 시켰다는 것 자체가 검찰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사에 나선 해양수산관리단 특사경은 시간 외 수당 등 김씨에 대한 추가 체불 임금도 확인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제주지검은 체불 임금 일부를 지급한 점, 미지급액을 놓고 다툼이 있는 점 등을 토대로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김씨는 항고해봤지만 고등검찰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이 직접 고소한 사건인 만큼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재정신청을 하려 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검찰이 직접 인지한 사건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직고소 사건'은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이 가능하지만, '인지사건'은 대검찰청에 재항고만 가능합니다.


김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달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체불된 임금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아직까지도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데 과연 고의성이 없는 게 맞는지 되묻고 싶다"며 "재정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저의 권리를 박탈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체불임금이 소액이다 보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한쪽 구석에 내팽개치는 것 아니냐"면서 "검찰 자신이 원고인 것처럼, 자신의 사건처럼 수사해주진 않겠지만 적어도피해자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 소액이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악용하는 사업자들에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 "바로잡지 않은 게 더 큰 문제"…"한마디로 무성의"

김현우 씨가 제주지검으로부터 받아 본 불기소이유통지서.


실제로 검찰이 김 씨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 통지서'를 보면, '고소인 성명'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표기됐지만 '피의사실 요지'에서는 김 씨를 수차례 '고소인'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럼에도 '인지사건'으로 처리해 재정신청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학준 변호사는 "사건을 잘못 표기한 것도 잘못이지만, 고소인이 재정신청을 하려 했을 때 (검찰이)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실제 인지사건이 맞는지 살펴보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과거 제가 맡은 고소 사건도 전산에 인지 사건으로 표기돼 있어서 재정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시엔 법률 전문가인 변호인이 항의하니 받아들여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용진 국회의원이 KBS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검찰의 사건 처리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박용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은 " 한마디로 '무성의 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며 " 사건 처리의 기본 절차조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은 이어 "돈 없고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법에 기대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 권력인 검찰이 국민의 권리를 내팽개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법무부와 검찰에 항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제주지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분했다"면서도 "향후 유사 사건 이송 처리 때 국민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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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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