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끊긴 녹지’ 연결…사람·자연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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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개포동 구룡산에는 지명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구룡'은 아홉 마리의 용이라는 뜻으로 설화에서는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가 그 모습을 본 사람이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한 마리의 용이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결국 아홉 마리만 승천했고, 그 용들이 남긴 흔적이 구룡산이다.
승천하지 못한 한 마리 용은 물이 됐고, 그것이 지금의 양재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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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 이곳]
강남구 개포동 구룡산에는 지명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구룡’은 아홉 마리의 용이라는 뜻으로 설화에서는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가 그 모습을 본 사람이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한 마리의 용이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결국 아홉 마리만 승천했고, 그 용들이 남긴 흔적이 구룡산이다. 승천하지 못한 한 마리 용은 물이 됐고, 그것이 지금의 양재천이다.
개포4동은 구룡산과 양재천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그리고 이 산과 천을 잇는 달터공원이 기다랗게 가로지르고 있다. 원래는 연결됐을 이 녹지 공간은 개포로, 개포로22길, 양재대로 등 도로가 들어서면서 끊겨버렸다.
끊어진 녹지를 연결하는 생태 다리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총 5개의 생태다리 명칭은 용바람다리, 용이룸다리, 용오름다리, 양재대로 녹지연결로, 개포로 녹지연결로이다. 이 중 앞선 3개의 다리 이름이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용 승천 설화가 떠오르는 이 다리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생태 다리 명칭 변경을 제안한 것은 당시 주민들이었다. 2015~2016년 주민자치위원장이었던 김성태씨는 “주민들은 이 다리가 끊어진 구룡산 자락을 잇는다고 여겼다”고 말한다. 양재천에서 시작한 녹지는 달터공원에 이르고, 다리는 끊어진 달터공원과 구룡산까지 이어진다. 마치 떨어진 용이 승천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듯 이곳을 걷는 이들도 희망을 바라고, 이루고, 오르기를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용바람, 용이룸, 용오름이란 명칭이 지어졌다.
개포로에 있는 용바람다리(길이 32m×폭 20m)는 2009년 준공돼 끊어진 달터공원을 연결해준다. 이어 2011년 개포로22길 위에 용이룸다리(30×15m)를 세워 끊어진 공원의 나머지 부분을 연결했다. 2017년에 완공된 용오름다리(52.6×20m)는 양재대로를 가로지르며 달터공원과 대모산을 이어준다. 이후 2019년 양재대로 녹지연결로(52×30m), 2020년에 개포로 녹지연결로(35×20m)를 설치했다.
생태 다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양재천과 구룡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통로가 된다. 서울시에는 이런 생태 다리가 총 44개(터널형 17개, 육교형 27개) 있는데, 강남구의 생태 다리가 다른 곳보다 특별한 이유는 이 다리에 명칭을 지어준 주민들의 각별한 마음 때문이다. 현재 주민자치위원장인 윤상태씨는 “용이 승천하며 물었다는 여의주가 개포4동에도 있다”며 “다리를 따라 걸으며 소원을 빌던 사람들이 개포4동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러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그것이 여의주”라고 말했다. 용이 하늘을 오르듯 개포4동이 훨훨 날개를 달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 다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개포4동은 실제로 숨은 맛집과 카페가 많은 동네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악 인재를 배출하는 국악고가 있고 주변 국악거리에는 아름다운 커피숍이 많다. 개포4동 주민센터는 2015년부터 자체 제작한 상가정보 웹사이트(gp4.co.kr)를 운영해 900여 개 업소를 소개하며 골목상권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개포4동을 산책하면서 재미있는 구룡산 전설을 떠올리고 소원도 빌고 마지막에는 배 속 두둑하게 여의주까지 품고 가보길 권한다.
김나현 강남구 정책홍보실 언론팀 주무관
사진 강남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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