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한약 통합조제시설 구축…한의약 혁신의 첨병으로"

이지현 2023. 10. 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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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계의 '퍼스트 펭귄' 자생메디바이오센터
대형제약사 맞먹는 최첨단 시설
연간 800t 규모 한약재 가공
"과감한 R&D로 한약 메카 도전"
자체 안전성·유효성 평가도 가능
전국 한의의료기관 4750곳에
신바로 등 고품질 약침 공급
조제 한약·약침 효능 과학적 입증
물리치료보다 회복 6배 빨라


경기 성남에 국내 최대 첨단 한약 통합조제시설이 들어섰다. 한의약계의 ‘퍼스트 펭귄(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선두 펭귄)’으로 불리는 자생한방병원의 자생메디바이오센터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7000평 규모로 들어선 이 센터는 제약업계 의약품 제조시설에 준하는 최첨단 시설뿐 아니라 자체 안전성, 유효성 평가도 가능한 품질관리 시설을 갖췄다. 자생한방병원은 과감한 연구, 인프라 투자로 한의약 분야 생산 메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루 최대 1500명분 한약 조제

자생한방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문을 연 센터는 연간 800t에 달하는 한약재 가공 능력을 갖췄다. 하루 최대 1500명분의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30여년간 한약과 약침 등 한의약 표준화와 과학화를 위한 연구·인프라 투자를 집중했다. 한의약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약과 약침 등 한의약품의 안전성을 직접 검증하고 품질과 효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왔다. 이번에 문을 연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이런 자생한방병원의 노하우가 집결된 공간이다. 대한민국약전 등에 수록된 총 600여 종의 한약재 중 80%에 달하는 460개 품목을 가공할 수 있다.

일반 식품용 한약재는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다르다. 2015년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hGMP) 인증 제도가 의무화된 뒤 한의원·한방병원에선 엄격한 절차를 거친 한약재 규격품만 활용해 한약을 조제해야 한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의 한약재 가공 및 공급 인프라는 국내 처음 식약처의 hGMP 실사를 거쳐 인증을 받았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hGMP 우수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우수업체 제도가 생긴 뒤 5년 연속 이름을 올린 곳은 자생한방병원뿐이다. 그동안 단 한 차례도 품질 관련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을 정도로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통상 원료와 완제품 검사를 2회 정도 진행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자생한방병원은 사전품질검사부터 입고, 출고검사까지 최소 9회 이상의 시험을 까다롭게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중금속, 잔류 농약, 순도시험, 성분 확인 시험 등도 시행한다. 잔류농약시험 종류만 약재에 따라 많게는 100가지가 넘는다.

가동과 함께 전국 4750곳에 약침 공급

자생한방병원은 올해 168개 항목에 달하는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제 기준을 통과해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 인증을 받았다. 기존 남양주 원외탕전실이 국내 처음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주기 인증을 받았다. 국내 인증 약침 조제시설은 다섯 곳뿐이다. 약침치료는 천연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해 혈자리에 직접 주입하는 한의 치료법이다. 성분에 따라 다양한 질환에 활용된다. 한약과 침 치료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에서 만드는 신바로약침, 봉약침, 자하거약침 등 고품질의 약침 19개 품목은 전국 한의의료기관 4750곳으로 공급된다. 국내 전체 한의의료기관이 1만5036곳인 것을 고려하면 30% 넘는 곳에서 이곳의 약침을 쓴다는 의미다. 기존 남양주 원외탕전실에선 전국 1만여곳까지 약침을 공급했다. 시설 이전과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급 의료기관의 숫자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침 조제의 핵심은 무균성이다. 바로 신체로 주입되기 때문에 불순물이 나오면 안 된다. 센터는 첨단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최적의 조제 환경을 조성했다. 센터 각 층엔 독립된 공기조화시스템(HVAC System)이 구축됐다. 무균실에선 작업 때마다 공기 중 부유입자와 낙하균 등을 분석하는 시험을 실시해 청정도를 검증한다. 무균실 내부에는 용수 배관과 배수구를 설치하지 않았다. 미생물 오염도 전면 차단하기 위해서다. 질소 가스 관리와 동선 관리를 통해 사전에 오염을 막고 있다. 무균실은 공정에 따라 A~D 등급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약침액 충전과 밀봉이 이뤄지는 무균구역엔 사람이 출입할 수 없다. 무균상태 유지를 위해 HEPA 필터를 통해 시간당 600회 넘게 환기한다.

약침과 한약 등에 쓰이는 용수는 건물 지하의 대규모 정수시설에서 24시간 관리한다. 3단계 필터(마이크로, 카본, 멤브레인)를 활용하고,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 이후 전기를 이용해 물속 이온을 제거하는 전기탈이온(EDI) 시스템 등을 거쳐 정제수를 만든다. 이를 한 번 더 증류해야 주사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 약침액은 0.2마이크로미터(㎛)필터를 통한 2번의 미생물 제거 단계를 거쳐 완전 멸균처리된다. 약침 용기인 바이알도 6단계에 걸친 세척, 300도 이상의 고온처리를 통해 외부 균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한약·약침 효능, 과학적으로 입증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설립자가 약침 조제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조제 한약과 약침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하고 있다. 최근엔 국제학술지 ‘산화의학과 세포 수명’에 천수근(하르파고피툼근)이 염증 반응 억제와 세포 회복 촉진에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천수근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쓰이는 청파전H의 주요 한약재다. 천수근을 가수분해(화합물에 물을 넣어 쪼개는 화학반응)해 개발한 신바로3 약침의 항염증 효과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에 약침이 물리치료보다 6배 빠른 회복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약침·한약 조제의 주요 공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센터 구성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투어에는 도슨트가 직접 동행하면서 층별 무균실과 조제 설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돕고 있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설립자(한의학 박사)는 “어릴 적 어머니가 정성껏 약을 달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환자가 직접 의약품 조제 과정을 확인해 한약에 대한 신뢰와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연구와 시설 등 R&D 투자를 확대해 한의약 혁신의 선두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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