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둔 母 “돌아오지 마라” 그 말에… 이스라엘 남아 노동자들 구했다

자국민 90여명 대피 도운 태국 여성

이스라엘에서 자국인 노동자들을 대피시킨 위파와디 반나차이. /위파와디 페이스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자국 노동자 수십 명을 구해낸 태국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그는 고국에 있는 어머니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이스라엘 현지에 남아 노동자들의 대피를 적극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각) 타이포스트와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사연 속 주인공은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40세 여성 위파와디 반나차이다. 그는 15년 전 이스라엘인인 전 남편을 따라 현지에 발을 들였다. 이후 변호사였던 남편과 함께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며 이스라엘 내 태국인 노동자들의 법적 문제들을 도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인연을 맺었던 노동자들은 최근 하마스 공격이 시작되자, 법률 사무소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위파와디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위파와디는 태국인 친구 나파폰 소하선과 함께 차를 몰아 교전 지역으로 향했다.

연일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간인 인질이 붙잡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진입 자체를 막아섰지만,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고립돼 있던 노동자들을 만났고 그들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보내지 않으려는 고용주와의 갈등, 여권 소실 문제 등도 함께 해결해 냈다. 위파와디와 나파폰이 도운 노동자는 부상자를 포함해 9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파와디 반나차이와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 사진. /위파와디 페이스북

그의 노력으로 많은 노동자가 무사히 가족을 다시 만났지만, 정작 위파와디는 사랑하는 가족과 영영 이별하는 슬픔을 겪었다. 이스라엘에서 자국민을 구하는 사이 암 투병으로 위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돌아오지 말고 사람들을 도우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위파와디는 “어머니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집으로 돌아가 함께 있고 싶었다”며 “하지만 어머니는 ‘나는 살기 어려우니 이스라엘에 남아 네 도움이 필요한 태국인들을 도우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한 위파와디는 지난 17일 장례식을 위해 태국으로 돌아왔다.

위파와디는 12월까지 가족 곁에 머물다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내게 마법의 부적 같은 건 없다. 단지 신에게 길을 열어주고 보호해달라고 기도할 뿐”이라며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태국인들이 안전하게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위파와디와 나파폰은 지금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피난처 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는 태국인 노동자 30명이 숨지고 17명이 하마스 인질로 억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사망자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이스라엘에는 3만여 명이 농장에서 주로 일해왔으며, 이중 약 5000명은 교전 지역인 가자지구 인근에 머물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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