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이어 중러정상회담도 세부 내용은 '깜깜이'
미국 등 서방 움직임 의식해 '정보 공개 최소화' 전략 택한 듯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지난달 러북정상회담에 이어 18일 열린 중러정상회담 뒤에도 정상 간 구체적인 합의사항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나름의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정상회담에 임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은 올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 때에 이어 올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이번 중러정상회담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협력 동향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을 통해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간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로 부족해진 재래식 무기를 충당하고자 북한과도 접촉해왔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온 상황. 이에 지난달 러북정상회담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탄약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정찰위성 개발·완성 등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달 러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000여개를 실어나른 정황이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게다가 러시아 측은 러북정상회담 전부터 북한·중국과 함께하는 연합군사훈련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북중러 결속' 강화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배포한 이번 중러정상회담 결과 자료에선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료를 통해 공개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발언도 중국 당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대일로'란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주창한 유라시아 광역경제권 구상이다.
그 외 대외 현안으론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양측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도의 내용만 공개됐다.
또 푸틴 대통령으로부턴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을 존중한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의 중국'이란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개념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 차 한 잔 마시며 '민감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지난달 북한과의 정상회담 때도 "북한과의 군사협력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면서도 그 세부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등이 미국을 비롯하 서방국가들을 의식해 정상회담 결과 '비공개' 모드를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의 무기거래는 그 자체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 측이 이를 자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북한이나 중국·러시아 등의 체제 특성을 고려할 때 "'비밀'에 부친 정상회담 결과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언론에 공개될 경우 그 출처를 추적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밀 유지'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북중러 결속' 결속에 대한 중국 측의 '거리두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외교 특성상 자신들이 중시하거나 추구하는 목표는 어떤 식으로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경향이 있단 점에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북중러'가 함께 묶이는 게 싫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오히려 '일대일로'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북중러 연대'는 중국에 전략적 이익이 될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중국 측이 최근 미국과의 고위급 대화를 이어오며 관계를 관리하고 있는 점 또한 '북한·러시아와 엮일 의도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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