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덮치는 금리·환율·유가 '3중고'…파월의 판단은
'킹달러' 지속…미국 外 통화들 부담
중동 확전 가능성에 유가 폭등 공포
파월 매파 기울까…월가 긴장속 주목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여 만에 4.9%를 돌파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고, 덩달아 달러화까지 강세를 보였다. 이에 더해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주목할 것은 고금리·고환율(강달러)·고유가 ‘3중고’ 현상이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채금리를 5% 가까이 끌어올린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세는 시장과 학계 모두 여전히 ‘수수께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국채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동 지역의 수천년 역사가 녹아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대립 구도는 더 복잡한 문제다. 이 때문에 당분간 시장은 긴장감 속에 투자 심리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16년래 최고’ 국채금리 4.9%↑
1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928%까지 오르며 5%대를 목전에 뒀다. 중동 전쟁 이후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비둘기파 언급 이후 다소 가라앉나 했더니, 곧바로 다시 튀어오른 것이다. 10년물 금리가 4.9%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국채금리 폭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기 호황 때문이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상승(시장 예상치 0.3%)했다는 전날 보고서 이후 국채금리는 꿈틀거렸다. 그 직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를 5.2%에서 5.4%로 상향 조정했다. 5.2%만 해도 잠재성장률을 한참 웃도는 수준인데, 여기서 더 올린 것이다. GDP 나우는 새로운 통계가 나올 때마다 전망치를 수정한다. 지난해 3월 이후 연준이 ‘역대급’ 긴축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는 평가다.
노동시장의 이상 과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숙련 노동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 노동자가 같은 일을 계속하거나 시간제로 복직하는 등 경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월가에서는 경기 호조를 두고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많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마저 이날 유럽경제금융센터(EEFC) 세미나에서 미국 가계가 소비를 줄이지 않는 것을 두고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 어려우니, 통화정책 대응 역시 쉽지 않다는 토로로 읽힌다. 올해 초만 해도 1% 중반대 수준이었던 10년물 금리가 갑자기 5%를 목전에 둘 정도로 단기간 치솟은 건 이같은 막연한 공포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국채금리 추가 상승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밥 프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시장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금리 상향 추세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은 “국채시장에서 상당한 조정(국채가격 하락·국채금리 상승)이 일어났지만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월가는 당장 1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뉴욕경제클럽 발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월러 이사가 이날 “경제 활동이 최근 속도로 지속해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하면 더 많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매파 발언을 통해 시장을 긴장 시켰는데, 파월 의장도 매파에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 자체로 긴축 효과가 있다는 견해들이 근래 나오지만, 최근 강한 경제 지표를 고려하면 강경한 톤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국채금리 폭등에 달러화 가치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06.63까지 올랐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통화가 부담을 느낄 만한 ‘킹달러’ 레벨이다.
중동 전쟁發 유가 폭등 공포
시장이 또 눈여겨보는 것은 중동 이슈다. 가자지구 내 병원 피폭 사건 이후 분출하고 있는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92% 오른 배럴당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이후 2주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89.99달러까지 치솟으며 다시 90달러에 근접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장중 93.00달러까지 올랐다.
유가 폭등 공포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반(反)미·반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이란이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슬람 국가의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 세계 사람들은 미국을 이스라엘 정권이 저지르는 범죄의 공범으로 생각한다”고 맹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했지만, 중동 위기를 완화하기는커녕 전쟁 공포만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의 석유 수입량이 전 세계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문제 해결 계획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스트래티직 에너지&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대표는 “유가 상승은 이란의 공격적인 발언에 반응한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지난해 7월 이후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집결한 아랍권은 원유 가격 결정력이 높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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