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영화관 시대의 재림
국내와는 다르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OTT가 더 이상 영화 제작자나, 제작자에게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불과 몇 년전과 다르게 이제는 OTT에 가장 먼저 콘텐츠를 납품하는 스트리밍 퍼스트 전략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해 75편이었던 영어권 영화 제작이 올해는 40여편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TV쇼 부분이나 한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OTT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헐리우드 고위 관계자는 넷플리스의 오리지널이 평범하고 1990년대 보급형 비디오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워너브러더스 대표인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HBO 맥스에 영화를 독점 또는 단독 공개하는 방법들이 자사의 수익과 인지도 등의 측면에서 더 이상 큰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0억 달러 수준으로 극장용 영화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제작사에게 우선되고 선호되어 왔던 그간의 콘텐츠 투자, 배급 정책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기업들이 콘텐츠의 시청 시간이나 구독자 수 같은 스트리밍 데이터가 아니라 매출과 수익 등의 경영성과 데이터를 요구함에 따라 OTT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OTT 사업자들이 콘텐츠 투자에 대한 명확한 수익률을 계산하는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며 콘텐츠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플랫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제작자에게 정당하게 보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 대가에 대한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작자들과 콘텐츠 투자자들은 더 이상 OTT 오리지널 영화(OTT 퍼스트 영화)에 대해 쉽사리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많은 대작들 특히, 극장 개봉 예정 영화들은 코로나19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직행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스트리밍 플랫폼에 값비싼 대작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한다는 전략은 주요 정책에서 폐기됐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에 먼저 공급하는 영화의 성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르게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가 OTT플랫폼에서 먼저 개봉한 오리지널 영화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 조사에서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전용 영화보다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가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OTT는 결국 시청자의 시간 점유를 바탕으로 구독자를 경쟁하는 시장으로서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구독자를 유치하거나 유지하는 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규모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지 못할 경우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영화 제작자들의 보상 문제와 자본가들의 지속적 투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이슈와 함께 영화의 품질과 관심도 역시 영화관 개봉 영화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평론 사이트(IMDb)에 따르면 리뷰 수도 많고 평가도 좋은 영화 대부분이 영화관 개봉 영화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인지도와 관심도의 차이이며, 영화관이라는 매체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을 OTT는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연구에서도 나타났듯이 콘텐츠 화제성, 관심도가 재무적 성과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OTT사업자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더불어 화제성 높은 극장 개봉 영화에 대한 투자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이같은 전략 전개는 영화 제작자의 IP 확보, 투자 다변화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yh.kim81@dgu.ac.kr
〈필자〉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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