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 앞두고 ‘반도체 초격차’ 의지…“재도약 위한 선행투자 지속”
기흥 반도체 R&D 단지 2030년까지 20조원 투입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전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CTO 등 DS부문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일부 경영진은 화상 회의로 참석했으며, ▷첨단 공정 개발 현황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기흥 캠퍼스에 건설되는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연구, 생산, 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 단지로,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추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기흥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초격차’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해 복권 이후 첫 공식 행보 때도 기흥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던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또 다시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은 반도체 사업의 의미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반도체 산업으로 인해 글로벌 패권 구도는 격변 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첨단 반도체 또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국 수출 차단을 강화하는 기조다. 이러한 대중국 수출 규제 국면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에 이른바 ‘칩4 동맹’을 제안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중요한 시점마다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대국’으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사업으로 나라에 공헌한다’는 사업보국 신념을 바탕으로 삼성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 또한 이러한 유지를 이어 받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데 근간이 되는 기술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 회장을 중심으로 ‘오로지 기술’뿐이라는 비전 아래 대규모 선행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이 회장은 “(우리가 할 일은)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한 가운데, 삼성은 삼성이 용인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기술 인재를 격려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 3월, 반도체연구소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월에는 천안/온양 캠퍼스를 찾아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행보에 대해 “반도체 산업을 태동시킨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은 물론, 문화/예술 인프라 육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의지를 계승해 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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