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대 마약 밀수 고교생에 "아직 젊다. 출소 후 재범 안 하길" 당부한 재판부

장기 6년~단기 4년 징역형 선고

해외에서 시가 7억4,0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국내로 몰래 들여오려 한 고등학생이 최대 6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 A(18)군에게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선고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부정기형은 단기로 선고된 형량을 채운 뒤 복역 태도를 보고 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범행이 독일 세관에 적발돼 미수에 그치고 마약이 압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류 부장판사는 선고 후 A군에게 “아직 나이가 젊다”며 “출소 이후 다시 범행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장기 10년~단기 5년을 구형했다.

A군은 5월 26일 독일에서 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시가 7억4,000만 원 상당의 케타민 2.9㎏을 팬케이크 조리용 기계 안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마취제의 일종인 케타민은 이른바 ‘클럽 마약’으로 불리며 주로 젊은층 사이에서 오ㆍ남용되는 대표적 향정신성의약품이다.

A군은 중학교 동창인 B(18)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C(31)씨를 범행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B군에겐 밀반입한 마약을 받을 한국 주소를 넘겨받았고, C씨로부터 받은 연락처와 개인 통관 고유 부호 등을 독일 마약 판매상에게 넘겨준 뒤 케타민을 한국으로 보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학교를 다니던 A군은 지난 7월에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가 인천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두바이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마피아 조직 집안 아들의 강요로 마약을 밀수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B군과 C씨는 A군보다 먼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최근 1심에서 장기 6년~단기 4년을 선고 받았고, C씨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