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없인 생존 못해"···7년만에 '서든데스' 꺼낸 최태원

박민주 기자 2023. 10. 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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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파리서 CEO 세미나
지정학적 이슈·신기술 전쟁 직면
그룹 장점 살릴 솔루션패키지 강조
'SK차이나' 같은 새 통합법인 검토
투자 시스템 철저한 검증도 주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서울경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다시 언급하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정학 위기 심화 등 대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글로벌 경제블록별 조직 구축 등 그룹 차원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주요 거점 지역에 설치해 위기에 맞는 솔루션 패키지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1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룹 CEO들은 16~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본격 실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한 '서든 데스'의 위험성을 다시 강조했다.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 화두를 다시 언급한 것은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환경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거버넌스 혁신까지 여러 도전적 과제를 실행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CEO들은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통합조직과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경쟁력과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 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SK차이나는 여러 계열사 혹은 사업군별로 나뉘어 있던 현지 법인들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단순한 또 하나의 법인이 아니라 중국 내 사업을 총괄하는 제2의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와 기업이 직면한 환경 요소로 △미국·중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 이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생성 가속화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개인의 경력관리를 중시하는 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전략과 통합·연계된 사회적 가치(SV) 전략 수립과 실행 △미국, 중국 등 경제 블록별 글로벌 조직화 △에너지·AI·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 회장은 또 CEO들에게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 완결성을 확보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하는 방식과 인적자원(HR) 시스템으로는 우수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연근무제 도입 등 조직별로 최적화된 실행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미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AI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풀을 운영하는 등 인재 인프라 구축 방안도 논의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매력적인 회사가 되지 않으면 더 많은 직업 선택권을 가진 미래 세대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며 "최고의 글로벌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그 나라의 문화와 경영방식에 익숙한 현지 조직에 과감히 권한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CEO 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SK그룹이 연례 경영전략 구상 회의인 CEO 세미나를 해외에서 연 것은 2009년 중국 베이징 개최 이후 14년 만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세미나의 핵심 의제가 '글로벌 경영'인데다 세미나를 전후해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이 예정된 CEO들이 많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의 장소를 파리로 정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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