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마세라티 타면서 공공임대 월세 체납… "양심 없네"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에 제출한 자료 분석 결과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준인 '자동차가액 3683만원 이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계속 거주를 하고 있는 이들이 전국에 61명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뉴스1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저소득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향상시키고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도입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60여명이 고가 외제차 등 입주 불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기준 미충족 시에도 1회에 한 해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훈령이 이러한 '꼼수'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동구)이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준을 어긴 고가차량을 보유한 가구가 전국 61가구로 집계됐다.

공공임대 입주자로 선정되려면 ▲무주택자 ▲총자산 2억5500만원(영구)·3억6100만원(국민) ▲자동차가액 3683만원 이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중에 입주자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일부 가구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같은 고가의 외국 스포츠카를 소유하고 있었다. 벤츠나 BMW, Jeep, 제네시스 등을 보유한 입주민도 다수였다. 이들 중 일부는 임대료를 체납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고가 차량은 광주아름마을 1단지 거주자가 갖고 있는 BMW(모델 iXxDrive50)로 현재 차량가액은 9794만원에 해당한다. 이곳 입주를 기다리는 이들은 44명이다. 이달 기준 입주기준 초과 고가차량 보유단지의 총 입주 대기자 수는 4666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행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에 있다. 본래는 기준가액 초과차량의 경우 주차등록이 거절되고 출입을 통제해야 하나 훈령에 따라 입주민의 자산형성 기회 제공과 주거안정을 위해 소득·자산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1회에 한해 재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고가자산 보유 가구들에 대한 재계약 유예가 자칫 더 어렵고 더 입주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의 기회를 뺏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기준가액 초과자산 입주민에 대해서는 일괄적인 재계약 유예가 아닌 일정기간 퇴거, 처분 기간 부여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재계약시 재계약 가능한 자산기준 중 자동차 가액은 제외하는 개정안이 예고돼 있어 향후 공공임대단지 내 고가차량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LH는 '공공주택특별법' 등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입주자 선정과 재계약 체결시 입주민의 자산 등 기준 충족여부를 엄격히 심사·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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