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병원 사망 500명 아닌 50명일수도” 서방 전문가들 근거는
이스라엘 폭탄 아닌 테러범 로켓 파편과 일치
공개된 병원 파괴 사진 없고 인접 건물도 피해 안 입어
“폭격 직후 500여명 사망 발표 가능한가
약 500명이 숨졌다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알-아흘리 병원의 폭발 사건을 놓고, 이스라엘군은 18일 이 폭발이 “시스템 오류를 일으켜 공중 분해된”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의 로켓 파편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 증거를 추가로 내놓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무장 테러집단인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군의 만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사망자 수를 471명으로 수정했을 뿐, 어떠한 직ㆍ간접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알-아흘리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의 호삼 나움 대주교는 “최근에 이스라엘방위군(IDF)으로부터 세 차례 이상 병동을 비우라는 경고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군이 가자(Gaza) 북부 지역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면서, 이 병원 단지에는 최근까지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은 “소개(疏開) 독려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병원이 속한 가자 북부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주민들을 남쪽으로 대피시키라는 전화의 일부였지, 이 병원이 공습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병원 야외 주차장에 유일하게 남은 충돌구의 크기, 감청한 하마스 조직원들과의 대화, 테러집단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쏜 로켓의 궤적을 촬영한 동영상 등을 제시하며 하마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과 유럽의 민간 군사ㆍ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스라엘 측 주장에 동조한다.
◇주차장의 충돌구 직경은 수십 ㎝…주변 건물도 피해 없어
19일까지 약 500명이 숨졌다는 알-아흘리 병원의 내부가 파괴된 사진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미사일이든,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의 로켓이든, 인명 피해 외에 이 비행물체가 남긴 유일한 ‘물리적’ 흔적은 병원 외부의 주차장에 남긴 수십 ㎝ 직경의 충돌구와, 이 때 발생한 화재로 파괴된 차량 10여 대뿐이다.
소셜미디어에 많이 공개된 영상을 봐도, 주변 건물들도 구조적으로는 별 피해가 없었다. 인접한 병원 건물 두 동(棟) 지붕의 일부 타일이 벗겨지고 깨진 것, 유리창 일부가 깨진 정도다.
이스라엘군의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18일, 현장에 남은 충돌구와 이스라엘 공군이 사용하는 폭탄ㆍ미사일이 남기는 충돌구를 비교하는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의 공중 촬영 이미지를 보면, 병원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니었고 유일하게 파괴된 곳은 병원 밖 주차장이었다”며 “차량이 많이 불탔지만, (이스라엘군 미사일이라면 남겼을) 충돌구도, 인근 건물에 대한 구조적 피해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의 로켓이 시스템 오류를 일으켜 공중에서 분해돼 ‘불덩어리(fireball)’로 변하면서 주차장에 떨어졌고 로켓에 탑재된 연료가 큰 불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서방의 민간 군사분석가들은 이스라엘 측 주장에 대체로 동의한다. 오픈소스로 분쟁 현장을 조사하는 벨링캣(Bellingcat)의 설립자 엘리엇 히긴스는 “병원 주차장의 충돌구는 비행 물체의 탑재중량(탄두)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전략정책연구소의 네이선 루저는 “충돌구에서 약 20m 떨어진 건물의 피해는 아주 미미했다”며 “이스라엘 공군이 통상 쓰는 폭탄은 강력한 충격파를 내고, 피해 반경이 370m까지 달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측도 소셜미디어에 “충돌구나 현장에 남은 파편 중 어떠한 것도 이스라엘 공군이 공습에 쓰는 통합직격탄인 JDAM/Mk80 시리즈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병원 쪽으로 떨어진 비행물체는 동력이 떨어진 소음을 냈으며, 지상 충돌 시의 거대한 불덩이도 로켓에 장착한 연료가 일으키는 화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국제위험평가회사인 시빌린의 선임 중동 분석가인 발레리아 스커토는 BBC 방송에 “이스라엘은 충돌구가 훨씬 작은 헬파이어 미사일 등을 드론으로 쏠 능력을 갖췄지만, 병원 주차장 충돌구는 이런 미사일의 충돌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측은 현장에 남아 있어야 할, 이스라엘의 소행임을 증명할 ‘이스라엘 미사일’ 파편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TV, 폭발 시점의 병원과 로켓 동영상 정확히 찍어
18일 이스라엘의 채널 12 TV는 가자의 남동쪽 네티봇에서 직접 찍은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발생한 17일 오후 6시59분 팔레스타인 로켓들이 오른쪽(이스라엘 방향)으로 발사됐고 이후 지상에 있던 병원이 폭발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 병원은 테러집단 로켓을 발사한 지점과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또 전날 병원 폭발 시점에 가자 지구 북쪽의 키부츠 마을인 네티브 하사라에서 남쪽을 향해 찍은 동영상을 보면, 서쪽(화면 오른쪽)에서 발사된 로켓이 동쪽(왼쪽)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 도중에 화염에 싸인다. 이어 공중 분해된 파편들이 그 아래 병원이 있는 지상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래 영상>
초기에 팔레스타인 네티즌들은 이 팔레스타인 로켓이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주장했지만, 무기 전문가들은 “이 동영상은 미사일이 실패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미사일 전문가인 파비안 호프만은 “팔레스타인 로켓이 시스템 에러를 일으켜 병원에 떨어졌다는 것이 지금까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아이언돔의 미사일은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쏜 로켓을 가자 상공에서 요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병원 폭발 직후에 “사망자 500여 명” 집계 가능한가?
오스트레일리아전략정책연구소의 루저는 “현장 사진을 보면, 이것이 공습에 의한 것이고 500여 명이 숨졌다는 주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스라엘 공군이 떨어뜨리는 폭탄은 빛이나 열 보다는, 강력한 폭발 에너지를 낸다. 한편,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의 단거리 로켓은 막대한 화재를 일으킨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씽크탱크인 해군분석센터의 오픈소스 분석가인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현재로선 압도적인 증거가 하마스나 PIJ의 로켓이 병원 지역에 떨어졌고, 현장을 분석한 각종 이미지를 분석하면, 사망자 수는 500명이 아니라 50명 선”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현장의 충돌구 모습도 이스라엘 공군이 쓰는 JDAM 유도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알-아흘리 병원 폭발 사건이 발생한 뒤 곧 “사망자는 5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IDF 대변인인 하가리 준장은 “하마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며 “하마스는 이 로켓이 PIJ(이슬라믹지하드)가 쏜 것임을 확신하면서도 전세계를 상대로 실상을 숨기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언론들은 이 거짓말을 받아 적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조직원 2명의 대화
이스라엘군은 또 하마스 조직원 2명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녹음 내용의 진위 여부는 제3자가 확인할 수 없다.
녹음된 대화에서, 조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보는데” “그러니까, 이게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 것이라는 말이지?”“그렇게들 말한다니까.”
“우리쪽 것이라고?” “그렇게 보여.” “누가 그래?” “로켓 파편을 보니까, 이스라엘 것이 아니고 우리 로켓 파편이라고들 얘기해.”
“폭파할만한 다른 곳을 찾지 못했나?”“병원 뒤쪽에 있는 묘지에서 쐈는데, 불발되면서 파편이 병원에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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