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배재현, SM 시세 조종 혐의
2400억 투입해 공매가 조작
카카오 "합법적 주식 매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지난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잇단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에는 SM 시세조종 의혹으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전날 배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 대표와 함께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경우 혐의 내용은 중대하지만 구속 필요성·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특사경은 이들이 SM 주식에 관한 주식 대량 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자본시장법은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이를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배 대표 구속 이후 "혐의 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측은 현재 배 대표를 비롯한 이들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앞서 "하이브와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 대표의 구속으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해외 시장 공략 등 SM엔터와의 협업과 카카오의 투자 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카카오는 최근 내외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시작으로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근무제 개편, 스톡옵션 행사 등의 논란을 겪었고 최근에는 포털 여론 조작 이슈까지 등장했다. 지난 1일 다음 포털에서 열린 남자 축구 8강전 한국과 중국 경기에서 중국 클릭 응원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 조작 의혹이 나왔다. 정부는 과거 '드루킹 사건'의 재발을 우려하며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TF(태스크포스)'까지 가동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 CFO(재무그룹장)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 규모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사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계열사의 구조조정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경영진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카카오는 논란 때마다 경영진 교체로 상황을 넘길 뿐 근본적인 쇄신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가도 하락세다. 카카오는 전일 대비 1300원(3.11%) 하락한 4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