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배터리팩 사업 뺏겼다…"오너일가 승계 포석"
KG모빌리티는 배터리팩 생산만 담당
KG모빌리티 노조 "수용할 수 없는 사업구조"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팩 사업을 KG스틸에 넘긴다. 배터리팩 사업권은 KG스틸이 갖고, KG모빌리티는 제품 생산과 공장 운영만 하는 것인데 배터리팩 사업이 워낙 유망하기 때문에 이같은 사업구조는 '상식밖'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곽재선 K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사업구조로 만들기 위해 KG모빌리티가 사업권을 KG스틸에 넘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KG스틸은 KG스틸홀딩스가 최대주주인데 이 KG스틸홀딩스은 KG케미칼이 지배하고 있고, KG케미칼은 곽재선 회장(지분율 16.09%)과 아들 곽정현 대표(3.07%) 등 오너 일가가 핵심 주주다.
KG스틸, 배터리 사업권 확보…KG모빌리티는 생산운영만
배터리팩 사업 투자는 KG스틸이 하지만 실제로 생산과 공장 운영 주체는 KG모빌리티다. 공장도 경남 창원시에 있는 KG모빌리티 엔진공장 내 유휴부지에 짓는다. 이렇게 배터리팩 제조는 KG모빌리티가 도맡는데, 이를 판매하는 사업권은 KG스틸이 소유하는 '상식밖'의 사업 구조가 되는 것이다.
KG스틸은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등을 생산하는 철강 전문 회사로 배터리 판매 사업을 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KG모빌리티의 공장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3월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085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실제 사용하지 않았고, 법인 통장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배터리팩 생산과 판매를 분리한다는 오너 일가의 방침이 정해지자 KG모빌리티 직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15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 미납금을 활용하면 KG모빌리티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배터리팩 공장을 지을 수 있다"며 "굳이 KG스틸이 여기에 투자해 사업권을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 노조도 "노사 합의 사항인 배터리 내재화는 KG모빌리티가 사업을 맡는다는 게 전제 사항이다"며 "사측이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기고, 사업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기존 중형 SUV 모델인 토레스 기반 전기차 '토레스 EVX'를 출시했고, 내년에는 토레스 기반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2025년 준중형 KR10(프로젝트명), 2026년 대형 SUV F100(프로젝트명) 등을 잇달아 공개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 예정이며, 계열사인 KGM커머셜(옛 에디슨모터스)을 통해 전기버스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 같은 다양한 사업을 위해서는 배터리팩 내재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사업 전망도 그만큼 좋은 편이다.
"곽정현 대표에 기업 승계 위한 포석"이라는 진단 제기
배터리팩 사업권을 쥐게 될 KG스틸의 최대 주주는 KG스틸홀딩스로 곽재선 회장의 아들인 곽정현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KG스틸홀딩스는 KG ETS(51%)와 KG케미칼(27%)이 최대 주주인데, 이 KG ETS와 KG케미칼은 곽재선 회장과 곽정현 대표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KG스틸 사업이 성공하면 그 수혜는 최종적으로 그룹 오너 일가에게 고스란히 쌓일 전망이다.
앞서 곽정현 대표는 지난 8월 KG모빌리티의 최대 주주였던 KG모빌리티홀딩스를 KG케미칼 자회사인 KG ETS에 흡수합병시키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향후 KG스틸홀딩스도 KG ETS에 흡수합병시켜 지배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곽재선 회장에서 곽정현 대표로의 기업 승계도 한결 유리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곽정현 대표는 KG스틸홀딩스 대표이자, KG스틸 부사장으로 이 두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배터리팩 사업을 KG모빌리티가 아닌 KG스틸로 넘긴 배경에는 곽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고, 향후 기업 승계를 염두에 둔 큰 그림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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