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영끌족'에 작심발언한 이창용 "1%대 금리 기대마라"

강한빛 기자 2023. 10. 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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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서 대출)에게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고 쓴소리를 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7·8월에 이은 6차례 연속 동결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신용시장에 부담이 오고 이에 따른 주택 공급 축소 우려가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그런 우려를 대비해 공급 대책을 이번에 마련했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도, 서울 몇 지역이 예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지 서울 지역 전체나 지방까지 보면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제 멈췄다는 것으로 안다.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금융 비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본인 능력 안에 있는지,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산 뒤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한다.

-지금 기준금리가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보나.
▶중립금리 등을 보면 긴축적이다. 기업대출이 늘어났다고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지 않다고 결론내리기 어렵다. 실물 경제를 봐야 한다. 물가가 지금 하향으로 움직이는 이런 기조를 볼 때는 통화정책이 긴축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좀 더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동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몇 주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 그 경로보다는 속도가 좀 늦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 물가 속도가 8월에 예측했던 것보다 지금 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선진국 금리는 오히려 더 올라가면 이것의 영향을 어떻게 받을 건지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이론적으로 보고 방향을 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게 마치 지금 몇 개월 사이에 중립금리를 내림으로써 통화정책 완화로 가려고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는 반응에 놀랬다. 이것은 지금 과도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중장기 문제와 단기 문제는 좀 구별을 했으면 좋겠다.

-내년 중국 성장률을 4.5%로 보는 이유는.
▶인베스트먼트 뱅크들이나 전반적인 중국 성장률의 내년도 전망치는 평균치가 4.5%로 IMF의 4.2%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낮은 수준이다. 경기 부양정책을 좀 하고 이번 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좀 높게 나와서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데.
▶이번 금리를 3.50%에서 동결한 가장 큰 원인은 성장경로, 물가경로, 가계부채 추이, 이런 것들에 대한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여섯 분 중에서 한 분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다섯 분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8월 통화정책방향시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보시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고 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불안의 잠재요인이 남아 있다고 했는데.
▶정부가 대주단을 이끌어서 여러 가지 한 200여 개 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 한 10% 정도는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했다. 아주 큰 시장 충격없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지금 금리도 상당 기간 앞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 부담으로 인한 부동산PF 문제는 조금씩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금리차 언제까지 유지하나.
▶금리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 금리 차가 지금 2% 벌어진 것을 1%로 다시 줄여야만 안전하다, 그런 이론은 없는 것 같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

-현재 금리가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할 수준인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하고 연관된 것이 더 많아서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 건지를 타깃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다만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점진적으로 GDP대비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은이 통화정책을 너무 느슨하게 해서 통화정책으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 기회 놓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기회를 놓쳤다고 이렇게 선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통화정책을 데이터 기반으로 하지 않고 그냥 시점에 따라서 하는 건가,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

하마스나 중동사태로 저희의 물가 예상 경로에서 벗어날 경우 금통위원 다섯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하고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된다. 가계부채도 일단은 지금은 미시 정책으로 보고, 가계부채가 더 크게 늘어난다면 그때는 거시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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