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발 묶인 한은, 또 금리동결..이창용 "이자부담 낮아질 거란 생각 말라"
고물가-저성장 '복합위기'에 금통위 딜레마
중동분쟁에 물가상승률 전망 상향조정 시사
불확실성 커져 금통위 전망도 엇갈려
'빚투' '영끌'에 작심 경고한 이창용, 상당기간 동결 시사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4, 5, 7, 8월까지 6회 연속 동결이다. 이날 금리동결로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미국(5.25~5.50%)과의 금리차는 상단기준 2% 포인트(p)로 유지된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은 경기부진에 고물가가 더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계부채까지 늘어나며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상승률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3%대 초반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되, 올해와 내년 각각 3.5%, 2.4%로 예상했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시사했다.
이창용 총재는 간담회에서 "지난 8월 전망 때보다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향후 몇 주간의 상황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지난 8월 전망치(1.4%)에 부합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주요국 통화긴축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만장일치로 동결하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 기조도 흐트러졌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향후 3개월내 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한 명은 연내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6명 중 1명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를 올릴수도, 낮출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다른 5명 금통위원은 불확실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8월 회의보다 긴축기조를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5명 중 1명의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우리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이 총재가 직접 나서 경고했다. 이 총재는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대출을 일으켜)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떨어져서 비용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는 경고를 한다"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총재는 "미국도 고금리 장기화를 말하고 있고 여러가지 경제상황을 볼 때 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며 "(부동산 투자가) 본인의 능력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고 필요시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부채축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이 부동산가격 변화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시적 조정을 해보고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영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올해에는 11월 30일 기준금리 결정만 남겨둔 가운데 한국은행이 당분간 '동결'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 총재 또한 "전반적으로 미국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우리 금리도 상당기간 긴축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 시기도 내년 2·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와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아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우리경제 저성장 기조 등으로 금리인상도 쉽지 않은 만큼 '매파적 동결'이 최소 6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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