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양파크호텔에 유치 확정도 안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광주시, ‘일단’ 추진
무등산국립공원 한 자락에는 녹색 철문으로 굳게 잠긴 곳이 있다. 시민들 출입을 막은 문 너머로 보이는 6층 규모 건물은 색이 바래있었다. 문틈에는 각종 청구서가 꽂혀 있었다. 바닥에는 폐소화기와 빈 페트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잡초도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한때 광주광역시를 대표하는 호텔이었던 옛 신양파크호텔의 지난 17일 모습이다. 광주시는 2021년 369억원을 투입해 이 부지를 매입했지만 이렇다할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추진하던 생태정원 조성 계획을 돌연 뒤엎고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바라고 있지만, 분관 유치는 전국 지자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81년 문을 연 신양파크호텔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광주를 대표하는 호텔로 불렸다. 무등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로 손님이 줄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9년 사실상 폐업했다.
이후 이 일대를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광주시는 2021년 1월 ‘무등산 난개발방지 및 신양파크호텔 공유화 위원회’(무등산 공유화위원회)를 꾸려 건물 등 부지 2만5000㎡를 사들였다. 당시 위원회는 민·관·정 인사 28명으로 구성됐다.
무등산 공유화위원회는 10여 차례 전체 회의를 갖고 그해 12월 ‘아시아 아트 플라자’를 조성하자는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건물은 생태·친환경적 호텔로 리모델링하고 주차장 등 나머지 부지는 생태정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기본·실시설계를 위한 국비 10억원도 확보된 상태였다.
아시아 아트 플라자 조성 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다. 강기정 시장은 해당 부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관리비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광주시가 옛 신양파크호텔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곳을 활용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겠다고 했으나 광주시의 일방 발표였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광주시 무등산 난개발 방지 지원 조례’를 보면 무등산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선 무등산 공유화위원회의 심의·자문을 받아야 한다.
무등산 공유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미정 광주시의원은 19일 “광주시가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사업 계획은 바뀔 수 있지만 조례에 근거한 위원회와 한마디 상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의회와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무등산 공유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강 시장이 참석한 전체 회의를 끝으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여러 내부 논의와 검토를 거쳐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현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는 게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계획이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강 시장이 지난 6월 광주비엔날레와 지난 10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참관한 김건희 여사를 만나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당위성도 알리고 있지만, 경남 진주시 등도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광주의 경우 2008년부터 분관 유치를 추진해왔으나 매번 실패했다.
분관 유치가 성공하더라도 해당 부지가 신양파크호텔이 될 지도 불투명하다. 광주시는 내년 정부예산 증액 요청 대상에 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 5억원을 포함했다. 다만 이 용역은 신양파크호텔 등 특정 지역이 아닌 광주 전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인 만큼 결과에 따라 언제든 후보지가 바뀔 수 있다. 신양파크호텔 부지의 방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계획은 사업성이 불분명하고 예산을 실제 가져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 도심에 문화인프라가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가 (현대미술관 분관) 최적의 장소인지는 위원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고 대안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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