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의사·치매 걸린 의사, 70만건 넘게 의료행위
정신질환이나 마약 중독으로 치료받고 있는 의료인 다수가 면허를 유지하면서 의료행위를 계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과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은 의료법상 의사 면허 취소 사유이지만, 보건복지부가 법대로 면허를 취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19일 공개한 복지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정신질환으로 치료감호를 받은 의사·한의사 2명이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의사는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정동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자기가 사는 오피스텔 옥상에 불을 질렀다가 2017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2년 6개월여 동안 치료감호를 받았다. 한의사는 조현병이 있는 상태에서 한 편의점 진열대에 있는 음료수 병을 꺼내 깨뜨리고, 이를 치우는 편의점 직원을 의자로 내리쳐 다치게 했다가 2014년 4월부터 현재까지 9년 넘게 치료감호를 받고 있다.
의사 102명은 2020년 이후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에도 최근까지 의료행위를 34만5900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의사 70명은 조현병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에도 의료행위를 41만4317건 했다. 일부 의사들은 본인이 이런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뒤가 아니라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의료행위를 했다. 예를 들어,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 2개월간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6345건 했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 넘게 조현병 치료를 받으면서 의료행위를 1만6840건 했다.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반드시 의료인 면허 취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면허 취소는 정신질환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해나가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을 정도로 중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정신질환을 사유로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것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이 있는 의료인 전체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현재까지 정신질환으로 의료인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자기에게 미분화 조현병이 있다고 신고한 간호사 1명의 면허가 2017년 9월 취소된 경우가 유일하다.
마약류 등에 중독된 의료인들도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펜타닐·벤조디아제핀·트리돌·페치딘 등에 중독돼 각각 치료보호를 받았는데도 면허를 유지하면서 요양병원 등에 근무했다. 이 가운데 한 마취과 전문의는 본인이 중독 치료를 받는 기간에 의료행위를 2건 하기도 했다. 다른 의사 4명도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 등으로 확인됐는데도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이 의사의 마약류 본인 처방·투약 사례를 확인해본 결과, 2018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간 의사 3만7417명이 스스로에게 마약류를 1차례 이상 투약·처방한 경우가 11만841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2명은 마약류 자기 처방이 연간 50~99차례였고, 12명은 연간 100차례 이상이었다.
감사원은 “의료인 중에도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 등으로서 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들이 정부의 관리 사각에서 면허를 유지한 채 의료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료인 결격 사유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정신질환으로 치료감호를 받은 의료인 2명과 마약류 중독으로 치료보호를 받은 의료인 4명은 전문의 감정과 청문 절차 등을 거쳐 면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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