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볼 판정" KBO 결단, MLB보다 먼저 로봇 심판(ABS) 도입한다…피치 클락까지
[OSEN=이상학 기자] 이른바 '로봇 심판'이 KBO리그에 도입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아직 마이너리그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로봇 심판을 KBO리그가 먼저 시작한다.
KBO(총재 허구연)는 19일 팬들에게 보다 공정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2024년 시즌부터 KBO리그에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와 피치 클락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KBO는 지난 18일 2023년 제4차 이사회를 열었다. 그동안 실행위원회 및 해당 실무 부서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지속해왔던 ABS와 피치 클락의 KBO리그 도입 시기를 2024시즌으로 계획했고, 관련 설비 및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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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서 4년간 준비한 KBO "축적된 ABS 시스템, 공정한 경기 진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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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는 투구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한다.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주심이 스트라이크, 볼을 외치는 구조. 미국에선 지난 2019년 미국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에서 처음 시작한 뒤 마이너리그도 상위 싱글A, 애리조나 가을야구에서 시범 운영하며 조금씩 비중을 늘렸다.
올해는 트리플A 전 구장에서 ABS가 가동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아직 최종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당초 2024년 도입을 목표로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100% ABS로 진행하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팀당 3회씩 챌린지하는 방식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여전히 ABS에 대한 100%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O가 먼저 스타트한다. 파격이다. 지난해부터 허구연 KBO 총재가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를 만나 ABS 현황을 듣고 정보를 공유하며 KBO리그 검토를 추진했다. 매년 그렇지만 갈수록 볼 판정을 두고 현장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KBO가 ABS 도입 결단을 내렸다. 크고 작은 볼 판정 논란 속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ABS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KBO는 지난 7월 ‘팬 퍼스트’ 가치를 높이기 위한 KBO리그와 국가대표팀의 ‘레벨 업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리그의 경기력을 끌어올려 팬들에게 보다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야구 저변확대 및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였다.
‘레벨 업 프로젝트’ 중 제도 개선 분야의 핵심이었던 ABS와 피치클락에 대해 KBO는 그동안 시스템 및 하드웨어 검토, 리그 도입 시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왔다. 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각 구단과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보완해왔다.
KBO ABS 시스템은 2020년부터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으며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교함과 일관성 유지, 그리고 판정 결과가 심판에게 전달되는 시간 단축 등의 성과를 거뒀다.
KBO가 ABS를 KBO리그에 도입하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 KBO는 축적된 ABS 시스템과 가장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선정 작업 등을 정교하게 진행해 2024시즌 시범경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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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평균 경기 시간 24분 줄인 피치 클락, KBO도 스피드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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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와 함께 2024시즌 도입 예정인 피치 클락에 대해 KBO는 올 시즌 이를 적용한 메이저리그의 경기 소요 시간 변화 및 도루 등 경기 지표 변화, 관중의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이내로 투수가 공을 던져야 하는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타자도 주자가 없을 때 7초, 주자가 있을 때 12초 이내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투수에게는 볼 하나,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 하나가 선언된다.
그 결과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당 평균 시간은 2시간40분으로 전년(3시간4분)보다 무려 24분이나 줄었다. 지난 1985년(2시간40분) 이후 가장 짧은 경기 시간으로 3시간30분 이상 걸린 것도 9경기에 불과했다. 2021년 3시간30분 이상 걸린 게 역대 최다 390경기에 달했는데 2년 만에 혁신적인 수준으로 경기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KBO리그의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16분으로 길다. 2005년부터 3시간10분 아래였던 적이 없다. 올해 10개팀 중 3시간10분을 넘지 않은 팀은 KT(3시간9분)가 유일하다. 롯데가 3시간20분으로 경기 시간이 가장 길었다. 숏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시대에 너무 긴 경기 시간은 흥행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KBO는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인터벌을 전수 조사하며 평균 견제 시도 횟수, 타자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등 세부 지표도 함께 분석했다. 이러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 KBO리그에 적합한 피치 클락 규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부 시행 내용을 검토 중이다.
KBO는 ABS와 피치클락의 도입 예정 시기를 2024년 시즌부터로 계획함에 따라 새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안정화 및 고도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빠른 적응을 위한 설명회 개최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팬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리그 레벨 업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팬들에게 보다 가치 있고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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