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맘대로 머리 밀어 미안해”···호남 의원들 잇달아 삭발식, 왜?[여의도앨리스]
당 안팎 ‘호남 물갈이론’ 상승 영향
공천권 쥔 이재명 충성 경쟁 과열
더불어민주당 호남 의원들이 잇달아 삭발·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이유는 전남지역 의대 신설 촉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동조 단식 등 다양하다.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대정부 강경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과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은 지난 18일 각각 국회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소 의원은 삭발 직후 “이 순간 두발을 바쳤지만 200만 전남도민과 28만 순천시민을 위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전남대 의대가 있지만, 목포와 순천 등 전남은 전국 16개 시도광역시 중에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이다.
김원이 의원은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삭발 단상’이라는 글을 통해 “전남권 의대 신설, 목포 의대 유치에 대한 우리 입장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줄 방법이 많지 않았다”고 삭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보 맘대로 머리 밀어 미안해!!! 금방 또 자라겠지 머(뭐). 근데 두상이 이뻐 삭발한 머리도 보기 좋다는 분들도 있어”라는 유머도 곁들였다.
내년 총선을 앞둔 올해 유독 호남 정치인들의 삭발이 잦았다. 지난달 7일 전북 지역 김성주·김윤덕·신영대·안호영·윤준병·이원택·이병철 의원 등이 국회에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같은 달 12일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삭발했다. 전북도의회 의원들은 지난달 5일 릴레이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윤재갑 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지난 6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8일간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윤 의원은 지난 3월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반대하며 삭발했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광주 동구남구갑)은 지난달 15일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는 동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윤 의원은 동조 단식에 돌입하면서 “대표께 힘을 실어드리고 이제 단식을 중단하시라는 권유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호남 정치인들이 삭발·단식 등 극한의 투쟁 수단을 택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정훈 의원은 통화에서 “호남에는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아달라, 도저히 못 살겠다’는 정서가 있다”며 “특히 이재명 대표 등을 향한 야당 탄압,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보면서 호남 사람들의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의 호남 물갈이론도 대여 강경투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차기 총선에서 ‘현 지역구 국회의원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56.5%가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호남 지역 물갈이 여론은 전국 평균인 51.6%보다 4.9%포인트 높았다. (이 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에 출사표를 낸 친이재명(친명)계 원외 정치인들이 많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까지 호남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호남 지역 민주당 경선은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공천권을 쥔 이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친명계인 정진욱 이 대표 정무특별보좌역은 지난달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을 지지하며 동조 단식한 지 보름 만에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정 특보는 윤영덕 의원 지역구인 광주 동구남구갑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원외 친명 인사인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지난달 19일 유튜브에서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했다. 강 사무총장은 비이재명(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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