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영화관…롯데컬처웍스 “임대료 깎아달라” 또 승소

홍인석 기자 2023. 10. 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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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강도 방역 정책 시행…어려움 겪은 영화관
롯데컬처웍스, ‘임대인’ 농협은행에 임대료 50% 감액 요청
농협은행 “경영상 위험은 임차인이 감당할 몫” 반박
법원 “코로나19, 불가항력 중대사유”…소송전 연승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을 예매하는 관람객들의 모습./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이 임대인과의 임대료 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하고 있다. 정부 방역 정책에 협조하는 대신 원활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임대료 일부를 감액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코로나19를 예견할 수 없는 경제 사정으로 판단하며 법률에 따라 임대료를 일부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 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농협은행은 롯데컬처웍스에 약 3억1000만원 지급해야 한다.

롯데컬처웍스는 2017년 5월 농협은행과 군산 소재의 한 건물 3, 4층을 사용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롯데시네마 군산나운점’을 운영했다. 월 임대료로 약 6200만원을 지급했다. 큰 문제 없이 운영되던 영화관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고꾸라졌다. 롯데컬처웍스는 2019년 매출 7710억원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엔 266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년과 2022년 역시 각각 2347억원, 4973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불황의 터널을 지났다. CJ CGV 등 다른 영화관 역시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등 큰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난 롯데컬처웍스는 농협은행에 2020년 4월 임대료 50%를 감액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에도 같은 내용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지급한 임대료 가운데 초과 지급한 부분에 대해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감액을 요청한 근거도 있었다. 민법 제628조와 이들 사이 맺은 임대차계약 조항이 바로 그것. 민법 제628조는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 당사자들은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서에도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 사유나 임대인 귀책 사유로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하지 못하면 임차인은 임대료 및 관리비 지급을 면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조선DB

재판 과정에서 롯데컬처웍스는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대유행과 정부의 방역 수칙 시행 등에 따른 경제 사정 변동으로 민법 제628조에 따라 감액 청구를 했지만 농협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농협은행이 초과 지급받은 임대료 합계 7억7494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임대료 감액 청구가 민법 제628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률을 적용해야 하고 롯데컬처웍스가 대기업이자 상장법인이므로 자금력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액 감소를 견뎌낼 수 있다고 맞섰다. 특히 사업의 경영상 위험은 임차인인 롯데컬처웍스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정부 영업 제한 정책에 따른 불이익도 롯데컬처웍스가 부담해야 할 위험이라며 주장했다.

법원은 롯데컬처웍스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관 손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 수칙에 협조한 결과 관람객 수와 매출이 떨어진 것이므로 영화관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는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국가적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가 시행됐다”며 “(임대차계약 조항에 명시된) 불가항력적 중대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고(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영화관 입장료와 식음료 가격을 인상하고 희망퇴직 등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을 위한 여러 조처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OTT 산업 확장 등으로 산업이 위축된 측면도 있다”며 감액 비율을 20%로 판단했다.

롯데컬처웍스는 농협은행뿐 아니라 주식회사 시네마천국 등 임대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코로나19처럼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한 영업 지장은 민법에 따라 임대료를 일부 감액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것”이라며 “대규모 감염병도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됐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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