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 벤처캐피탈’ 86개···2027년까지 투자액 비중 30%로
기업이 경영전략과 연계해 투자하기 위해 설립·보유한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 86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벤처투자액에서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정부는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등 CVC 50여개사와 함께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CVC 벤처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CVC는 법인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일반 벤처캐피털(VC)과는 구분된다. 일반 VC는 투자를 통한 재무적 이익만을 목표로 하지만 CVC는 모기업의 사업 확장, 외부 자원 탐색, 신시장 개척과 같은 전략적 이익을 함께 추구한다.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일반지주회사가 일정한 요건 하에서 금융회사 성격이 큰 CVC를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CVC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벤처투자를 촉진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였다.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지난 6월까지 GS벤처스·포스코기술투자 등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12개 생겼고, 다수 기업들이 CVC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는 콘퍼런스에서 공적 부문 최초로 국내 CVC 현황 통계를 발표했다. 중기부는 비금융 기업집단이 지분율 30% 이상 최대주주이고, 30% 이상 최다출자자인 펀드를 운용하는 창투사 및 신기사를 CVC로 분류했다. 창투사와 신기사는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성격이 비슷하지만 소관부처, 자본금 요건 등에서 차이가 있다. 창투사는 중기부,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분석 결과 창투사 51개, 신기사 35개사(추정) 등 86개사가 국내 CVC에 해당했다. 이들은 지난해 기준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벤처투자액 12조5000억원의 22% 수준이다. 창투사는 1조1000억원, 신기사는 1조6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부 소관인 창투사 CVC만 따로 분석한 결과 2014년 20개사이던 창투사 CVC 수는 올해 상반기 51개로 늘었다. 창투사 CVC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은 대기업 11개사, 중견기업 29개사, 중소기업 11개사로 나타났다. 51개사의 펀드 운용 규모는 평균 2006억원이었다. 2014년 108개, 총 2.3조원 수준에서 현재 373개, 10.2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통상 대기업이 CVC를 보유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빗썸(가상자산거래소)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운영하는 CVC가 3개인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라며 “투자받아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이제는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22% 수준인 국내 벤처투자의 CVC 비중을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외부자금 조달 한도를 현행 펀드 결성액의 40% 이내에서 50%까지 허용하는 등 규제 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가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을 벤처투자에 활용하겠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산하에 CVC 간 정보 교류, 업계 의견수렴, 정책 건의 창구인 ‘CVC 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허준녕 GS벤처스 대표가 맡았다. 허 대표는 “협의회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적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키울 수 있는 노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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