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두 가지 도전…첫 직접판매·첫 혈액 희귀질환
오리지널, 작년 유럽 1조원 포함 매출 총 5조원
'EHA 2023' 부스 참가해 '에피스클리' 홍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간 5조원 규모 혈액학 분야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독일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유럽 주요 5개국 출시를 예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혈액학 치료제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처음으로 '직접판매'(직판) 방식까지 도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선 한 번에 두 가지 도전에 나선 셈이다.
에피스클리는 미국 알렉시온이 개발한 발작성 야간 혈색 소뇨증(PNH) 등 치료제인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다. PNH는 혈관 내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야간에 용혈 현상이 생겨 혈색 소변을 보이는 증상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이다. 급성 신부전, 폐부전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당 1~5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그 동안 솔리리스(솔리리스의 투약 주기를 개선한 제품인 울토미리스 포함)가 유일한 치료대안으로 꼽혀왔으나, 2020년 4월 솔리리스 유럽 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해졌다. 이에 지난 4월 암젠(제품명 베켐브)에 이어 5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클리)가 유럽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연 5조원(작년 매출 37억6200만달러) 규모 솔리리스 시장은 3자 구도로 재편됐다. 유럽 매출은 전체 5조원 가운데 1조원이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해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 참가하는 등 에피스클리 홍보에 나섰다. 오가논, 바이오젠 등 파트너사들과 협력했던 기존 다른 제품들과 달리 에피스클리는 직판하기로 결정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직판 제품이다. 이름에도 '에피스'를 넣어 이러한 의지를 드러냈다. 희귀질환 치료제다보니 자체 판매망으로도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고 판매 이익을 가장 높이려면 직판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결과로 보인다.
가격은 바이오시밀러인 만큼 솔리리스보다 크게 저렴하다. 현재 솔리리스를 활용한 PNH 치료 비용은 환자 1명 당 연간 4억~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완치가 되진 않아 평생 발생하는 비용이다. 지난 6월 유럽혈액학회에서 만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PNH 환자 450명 중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300명인데 이중 150명(임상 50명 포함)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솔리리스란 치료제가 있고 효과도 좋지만 약이 비싸다보니 150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능을 지녔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며 "비싼 약 값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국가 재정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단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에피스클리 임상 3상을 총괄했다.
솔비톨(Sorbitol)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에피스클리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솔비톨은 의약품 안정성 제고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하지만 과당 또는 설탕·솔비톨·갈색설탕 등 과당 전구물질을 소화할 수 없는 과당 불내증 환자에는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투여가 금지돼있다. 과당 불내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2세 미만 영유아에도 투여해선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베켐브(개발사 암젠)와의 차별점이다. 솔비톨은 솔리리스에도 없다. 이에 따라 베켐브는 PNH 환자가 과당 불내증 환자인지 아닌지 확인된 후에만 처방이 가능하다. 의사, 환자로선 베켐브 처방 전 과당 불내증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선행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 즉 에피스클리는 유럽 PNH 치료제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에피스클리의 유럽 출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궁극적인 가치인 환자 접근성 확대를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의약품 미충족 수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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