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내년 로켓 144회 쏜다” 올해 2배...후발 발사체 기업들 설 자리 잃어
더 경제적이고 빠른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 개발 속도
저렴한 발사 비용으로 시장 독점하는 스페이스X
전문가들 “스페이스X가 경쟁자 내쫓아”
소형 발사체 중심인 한국 뉴스페이스 구상에도 악영향
스페이스X가 내년에 144회의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발사 횟수(74회)의 두 배에 달한다.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를 늘리면서 소형 발사체 기업들의 생존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소형 발사체 기업이 대부분인 한국 뉴스페이스 구상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빌 게르스텐마이어(Bill Gerstenmaier) 스페이스X 부사장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우주 및 과학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스페이스X는 올해 100회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한 달에 약 12회, 총 144회의 발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횟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26회에서 2021년 31회, 2022년 61회로 늘었다. 올해는 이날까지 74회의 발사를 진행했다. 이미 작년 기록을 넘어섰지만, 연말까지 추가 발사를 통해 100회를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스페이스X의 발사 기록은 민간이 중심이 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는 신호다. 게르스텐마이어 부사장은 “상업용 우주 활동의 혁신과 경쟁력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지난 3월 4시간 30분 간격으로 두 대의 팰컨9 로켓을 발사한 경험이 있다. 발사 횟수를 144회로 늘리려면 2.8일에 한 번 발사를 해야 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이미 해결된 셈이다.
로켓 발사를 위한 페이로드도 문제가 없다. 스페이스X의 올해 로켓 발사 중 60%가 스타링크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스페이스X는 현재 5000대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는데 1만2000개의 위성을 배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스페이스X는 추가로 3만개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승인도 신청했다.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은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9이다. 하지만 팰컨9은 로켓의 상부가 소모품이어서 100% 재사용 로켓은 아니다. 이에 비해 스페이스X가 새로 개발하고 있는 스타십은 팰컨9이나 팰컨 헤비와 달리 더 빠르게 재사용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스타십은 지난 4월 첫 번째 시험 비행 직후 폭발했고, 스페이스X는 두 번째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광폭 행보가 소형 발사체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소형 위성에 대해 ㎏당 5000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발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발사 비용은 계속해서 인상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소형 발사체 기업들의 발사 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로펌 윌슨 손시니(Wilson Sonsini, )에서 상업용 우주 그룹을 이끌고 있는 커트 블레이크(Curt Blake)는 지난 17일 미국에서 열린 한 위성 컨퍼런스에서 “스페이스X는 ㎏당 1만달러에서 1만20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어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페이스X가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고, 이는 다른 (소형 발사체) 회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에 열린 다른 콘퍼런스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 사업부 수석 부사장인 마리노 프라그니토(Marino Fragnito)는 “스페이스X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가격을 제시해 다른 회사를 몰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켑랩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아담 스파이스도 “스페이스X가 다른 업체들을 시장에서 몰아낸다는 데 어느정도 동의한다”며 “라이드셰어링에 대한 스페이스X의 전략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와 플래닛의 초기 투자자인 스티브 저벳슨(Steve Jurvetson) 퓨처 벤처스 공동창업자는 보다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저벳슨은 “앞으로 2년 안에 100개 이상의 소형 발사체 기업이 파산할 것”이라며 “개발이나 운영 단계에 있는 소형 발사체 회사가 200개에 달하는데 그 중 50개 정도는 이미 운영이 중단된 상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형 발사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며 “우주 산업 전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형 발사체 시장에 대한 우려는 이제 막 뉴스페이스에 첫 발을 디딘 한국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에는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여러 발사체 회사들이 민간 발사체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제 막 초기 단계인 이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한데, 스페이스X의 독주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소형 발사체 시장 자체가 생존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한 국내 우주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발사체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아직 자립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서둘러서 정부가 발사체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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