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소비자 478명 손배소에서 또 패소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구입한 소비자 수백명이 이 침대를 제조·판매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정찬우)는 19일 이모씨 등 478명이 “47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대진침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진침대가 이 사건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며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법령에 저촉되는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해 일상생활 중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대진침대 매트리스로 인한 최대 연간 피폭선량은 13mSv(밀리시버트)로, 수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노출된 경우 폐암 등 질병과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해당 매트리스를 사용해 건강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원고들은 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사성 물질을 사용해 가공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를 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정부에게도 배상 책임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안위가 관련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8월에도 ‘라돈 침대’ 소비자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라돈 방출 침대’ 논란은 2018년 5월 “대진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대량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라돈은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무색무취의 기체 형태 방사성 물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최대 9배까지 초과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결국 정부는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전량을 수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진침대뿐 아니라 다른 업체가 판매한 침구류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
대진침대 대표 등은 ‘라돈 방출 침대’ 논란 관련 업무상과실치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검찰은 2020년 1월 “침대 사용과 폐암 등의 발생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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