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보다 10배 큰 '빙산' 떨어져나온 원인 밝혔다

박건희 기자 2023. 10. 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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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7월 서울 면적 10배 크기의 빙산 A-68이 남극 라센C 빙붕 가장자리에서 붕괴되며 떨어져 나왔지만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극지연구소는 이원상 빙하환경연구본부 본부장 연구팀이 남극 주변의 따뜻한 바닷물로 인해 빙붕이 녹는 현상을 규명해 국제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에 10월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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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따뜻한 물이 빙붕 아래로 침투하며 빙붕이 녹는다는 연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 2017년 7월 서울 면적 10배 크기의 빙산 A-68이 남극 라센C 빙붕 가장자리에서 붕괴되며 떨어져 나왔지만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극지연구소는 이원상 빙하환경연구본부 본부장 연구팀이 남극 주변의 따뜻한 바닷물로 인해 빙붕이 녹는 현상을 규명해 국제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에 10월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빙붕(ice shelf)은 빙하가 바다에 빠진 후 녹거나 쪼개지지 않고 빙하와 연결된 채 물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보통 수백 미터 두께에 이른다. '남극의 보호막'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빙붕이 남극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본부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조사국이 2011년 열수 시추를 통해 라센C 빙붕 아래 바다에서 확보한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빙붕이 녹으면서 생긴 물이 주변의 따뜻한 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빙붕 아래로의 수평적인 침투 현상(수평침투현상)이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빙하나 빙붕이 녹아서 만들어진 민물이 바닷물과의 밀도차로 인해 강한 부력을 갖게 되면서 남극 바깥에서 오는 따뜻한 물의 빙붕 침투를 막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바닷물이 수평적인 밀도차에 의해 이동하는 현상인 수평침투현상은 보통 수평적으로 일정하게 일어나는데, 라센C 지역의 밑바닥은 살짝 기울어진 지형이어서 밀도 변화도 기울어진 형태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해양 심층으로 가라앉아야 할 따뜻하고 무거운 물이 기울어진 등밀도선에 따라 위로 이동하고, 차갑고 가벼운 물은 아래로 이동하며 빙붕을 녹게 만든다는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2018년 3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라센C 빙붕 붕괴지역으로 보내 빙붕 붕괴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또 아리랑 5호 위성 등으로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 A-68의 움직임을 관측한 결과를 2018년 9월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24년 초 남극에 여름이 오면 서남극 스웨이츠 해역에 장거리 무인 잠수정을 투입해 빙붕 아래 바다를 관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서남극에서도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나타나는 빙붕 붕괴가 서남극 빙하가 유실되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과학계의 관심이 높다.

진 경 책임연구원은 "남극에는 여러 티핑포인트(반응이 한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점)가 존재한다"며  "현장 연구로 미지의 현상과 기작들을 규명해 티핑포인트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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