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하한가' 영풍제지…주가조작범은 누구
CFD 반대매매 안나와…이미 엑시트 의혹도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주가조작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특히 영풍제지의 주가가 1년새 700% 넘게 상승해 몇 개월 전부터 주가조작 의심이 나왔던 기업이다.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가 나오지 않았으며 신용잔고가 줄어든 상황이란 점에서 이미 엑시트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은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에 대해 거래정지를 결정했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는 "2개 종목 주가 급락과 관련해 신속한 거래질서 정립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다라 엄중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풍제지는 1년간 무려 600%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0월19일 675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17일 4만8400원까지 치솟았다.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날까지의 1년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595.40%에 달한다. 또 지난달 8일 한때 5만42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장기간의 주가 상승으로 최근 일어났던 주가조작 사태들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4월 일어났던 라덕연 사태와 6월 중순 발생했던 무더기 하한가는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오른 바 있다.
회사 개입 의혹도 나와…"압수수색 사실 아냐" 해명
의혹을 불씨를 키운 것 중 하나는 블록딜 관련 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영풍제지가 자사주 블록딜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높아진 주가에 할인율을 높여도 블록딜 매수 주체를 찾을 수 없었다는 소문도 함께 돌았다.
즉, 무자본 M&A와 더불어 블록딜을 통한 차익 실현을 하기 위해 주가 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전날 검찰이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에 나오면서 관련 의혹이 더 커졌다.
회사 측은 두 소문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검찰이 회사에 압수수색을 나온 사실은 없었다"면서 "블록딜 추진은 없었다. 연초에 자사주 일부를 소각했고 오히려 (블록딜)매도 의뢰가 들어온 적은 있었으나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불공정 거래가 포착된 것은 사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 주가 조작 혐의가 포착돼 거래정지가 된 것"이라며 "이 사실을 검찰에 넘겨,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타나지 않은 반대매매…엑시트 의혹도 나와
CFD 반대매매는 장중 쏟아지나 수급상 해외증권사로 집계가 되는 것이 특징이고,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는 개장 직후 나타난다.
하지만 전날 영풍제지는 9시10분께 주가가 급락해 13분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대양금속의 주가가 하한가를 간 것도 오전 9시29분이다. 또 지난 17일 기준 영풍제지의 CFD 잔고는 80만원에 불과했다.
영풍제지의 신용잔고는 140만주로 규모는 235억원 수준이다. 잔고율은 3.02%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잔고비율이 한때 16%에 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가조작 세력이 이미 빠져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전날 거래량은 54만9986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7일 대비 13분의 1토막 수준이다. 사실상 매도 주문만 쏟아진 셈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주가조작범이 발을 뺀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들은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세력은 이미 나갔고, 남은 매도 물량은 전부 개미돈 같다.", "8월에 검찰에 통보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징후를 알고 이미 빠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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