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VC 비중 30% 목표"…CVC협의회 초대회장에 허준녕
정부가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 비중을 전체 벤처투자액의 30%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19일 서울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CVC 벤처투자 컨퍼런스'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엔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등 CVC 50여 곳 관계자도 참석했다.
통계 첫 공개... CVC 투자 22% 그쳐
중기부는 이 자리에서 CVC 관련 통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CVC는 86곳이다. 창투사가 51곳, 신기사가 35곳으로 집계됐다. 창투사 CVC의 경우 2014년엔 20곳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 51곳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평균 펀드 운용 규모는 2006억원 수준이다. 이 중 기업집단이 출자한 펀드는 123개, 3조3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전체 CVC 펀드의 32.2% 비중이다.
국내 CVC는 지난해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벤처투자액의 22% 수준이다. 2027년까지 이를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미국은 CVC 벤처투자액 비중이 49.5%에 육박한다.
이를 위해 일반지주회사 CVC에 적용된 펀드의 외부 출자금 40% 제한을 50%로 완화하고, 20%까지 제한됐던 해외 투자 비율도 30%까지 늘리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또 CVC 펀드에 모태펀드 출자 활성화를 검토한다. 신생 VC 전용 경쟁분야인 모태펀드 루키리그에 매년 모태펀드 출자예산의 10% 이상을 출자해 CVC를 포함한 신생 VC의 시장 안착을 지원하고 CVC의 M&A 등 전략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전용 투자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또 CVC의 글로벌 교류협력을 촉진할 예정이다. 글로벌 CVC 네트워크 행사인 ‘Global Corporate Venturing in Asia’를 '컴업 2023' 행사와 연계해 다음달 9~10일 개최할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과거 일반지주회사 CVC 입법 과정에 국회의원으로 참여했던 만큼 향후 CVC가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VC 협의회 출범... 초대 회장에 허준녕
이날 VC협회 산하 CVC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CVC협의회는 CVC 간 정보를 공유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건의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초대 회장은 허준녕 GS벤처스 대표(사진)가 맡았다. 지금까지 CVC 53곳이 가입을 확정했다. 허 대표는 "회원사 간 네트워크를 갖추고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CVC협의회는 우선 다음달 글로벌 CVC 네트워크 행사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알린다. 내년 2월엔 CVC 활성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5월엔 CVC 제도개선 세미나를 연다. 이를 기반으로 8월엔 CVC 현황을 발표하고 투자 활성화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건수 VC협회장은 "그동안 CVC업계는 정확한 통계가 없고, 관할 조직이 없으며 정책이 미비한 '3무'였다"며 "CVC협의회의 출범으로 업계의 공통 문제와 관심사안을 수렴해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VC가 민간 재원을 바탕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벤처투자 생태계의 일원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아직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 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태펀드 같은 정책자금을 통해 전략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엔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이병건 공정위 기업집단결합정책과장, 김종술 VC협회 전무,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준녕 GS벤처스 대표,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 배준성 롯데벤처스 상무,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김종술 VC협회 전무는 "이제는 CVC가 후기 단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전 주기'에 걸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CVC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기상어' 등으로 유니콘기업이 된 더핑크퐁컴퍼니의 CVC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이끄는 이현송 대표는 "후기 단계로 넘어가는 스타트업들은 인사, 해외진출, 성과보상 같은 실무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선배 스타트업으로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장 노하우를 공유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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