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내년 중반까지 없다?…'6연속' 동결 한은, 고민 깊어졌다
한은은 시장에 수차례 긴축 경고를 보냈다. "3.75%까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절대 못올린다고 생각하지 말라" 등의 메시지를 계속 던졌다.
실제 역대 최대인 2%p(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금리차를 고려하거나 1350원대가 일상이 된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거듭 밝힌대로 한미금리차가 자금 이동과 환율 방향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 올해 상반기까지 외환·자금시장에서 증명돼왔지만 최근 상황은 좀 다르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한미금리차가 2%p로 벌어진 이후인 지난 8월부터 순유출로 전환했다. 실제 △8월 17억달러 △9월 14억3000만달러 등 2개월 연속 순유출됐다.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대출도 한은의 금리 인상를 뒷받침하는 지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한 달에만 6조1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는 지난 8월(7조원)보다는 증가폭이 줄었지만 9월 기준으로는 2020년 9월(6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증가액을 기록했다.
최우선 고려 대상인 물가도 들썩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면서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총재도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3.5%, 2.4%)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물가전망치 상향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하는 건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 때문이다. 임금상승률 둔화, 고금리 영향 등으로 민간 소비 회복이 더디다.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우리나라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번 사태는 △에너지 가격 상승 △난민 유입 증가 △재정 부담 확대 △투자심리 위축 등 유럽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분쟁이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확전하는 등 분쟁이 장기화해 세계경제가 휘청이면 한국 경제도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고금리 장기화 속 이자 부담 증가가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감수하고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의 저성장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올해 전망되는 1%대 성장률이 낯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역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금리를 올릴 수도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한은의 딜레마 상황은 금통위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3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전 회의까지 금통위원 전원이 3.75%까지 추가 금리 인상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던 것과 대비된다.
다만 한은이 지금의 고금리를 당초 시장 예상보다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단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금리차 확대로 한은이 연준보다 크게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물가 경로를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를 감안해 추정해보면 내년 2분기까지 명목 및 근원물가가 동반해서 2.5%를 하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3분기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3개월 뒤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시장) 전반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거라 보고 우리 금리도 상당기간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좀 더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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