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어쩌고…” 편의점이 대용량 경쟁에 나선 이유
1인가구 쌀(20㎏) 계란(30구) 양 너무 많아
“컵라면 1+1보다 2+1, 개당 할인가 비싸”
직장인 김모씨(38)는 최근 퇴근길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가격 행사를 하는 쌀과 계란은 대용량이었고, 컵라면과 과자 등은 1+1 이 아닌 2+1 행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1000원짜리 컵라면을 1+1으로 사면 개당 500원이었는데 요즘은 2+1으로 팔아 개당 700원 꼴”이라며 “냉장고가 작아 쌀과 계란 등을 많이 보관하기도 어렵고 왠지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시대 장바구니 가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용량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가족단위 고객이 늘어난 만큼 소량 단품보다는 대용량 상품 강화로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어서다.
CU는 코로나 19 이후 포대 쌀, 채소 등 식재료 위주의 초특가 장보기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1㎏ 미만 소포장 쌀을 판매했지만 최근 10㎏까지 몸집을 키우면서 식재료 매출이 올 들어 9월까지 16.4% 늘었다. 세제 등 생활용품 판매량도 같은 기간 15.7% 증가했다.
GS25는 같은 기간 10㎏ 이상 양곡류 매출이 10.7% 늘었고 계란(30구)은 15.9% 증가했다. 이마트24는 10㎏ 이상 쌀 판매량이 23%, 계란(30구)은 51%, 세제(2L 이상)는 55% 늘어나는 등 동 기간 소용량 제품보다 3~6배가량 더 팔렸다.
세븐일레븐도 20㎏ 대용량 쌀 상시 판매에 나섰다. 티슈(24롤)의 경우 소용량 상품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안 오르는 게 없는 요즘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소용량 보다 단위 가격이 저렴한 만큼 대용량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상품도 무거워지고 있다. CU가 운영하는 30여 종 인기 ‘득템시리즈’의 경우 라면특템(5개), 쌀밥득템(6입), 계란득템(15입), 김치득템(1.9㎏) 등으로 양이 적지 않다.
GS25의 ‘리얼프라이스’ 역시 리얼키친타월(4롤), 리얼위생장갑(100매), 리얼위생팩(200매), 리얼롤백(200매), 리얼천연펄프(24롤), 리얼미용티슈(3입) 등 10종도 1인 가구가 쓰기에는 다소 많은 편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양(27)은 “지방에서 올라와 홀로 자취하는데 편의점에서 급하게 쌀, 계란, 생수 등을 소량으로 사면 왠지 비싸게 구입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비좁은 방에 대용량 기획상품을 쟁여 놓을 수도 없어 온라인몰에서 소량 단품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5203만이던 국내 1인 가구 수는 2019년 614만8000가구, 2021년에는 716만6000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34.5%로 205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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