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에 긴장하는 유럽···국경통제·이민자 단속 강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불똥이 유럽으로 튀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이 시작된 이후 유럽 내 종교 관련 폭력 행위가 증가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국경통제와 이민자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불안정으로 인한 테러 위협을 이유로 오는 21일부터 10일 동안 동북쪽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후 역내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 조약 중단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슬로베니아는 이민자들이 알바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발칸 반도 서부의 비 EU 회원국들을 경유해 이탈리아 등 서유럽으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올해 슬로베니아 국경을 통해 이탈리아로 불법 입국한 이민자들은 1만6000명에 이른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의 발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최근 유럽에서 종교 관련 증오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13일 프랑스 한 고등학교에서 체첸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20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교사가 사망하고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스웨덴인 2명이 IS(이슬람 국가) 출신임을 주장하는 40대 튀니지 남성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날 독일에서는 수도 베를린의 한 유대교 회당에 화염병 2개가 날아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5분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두 사람이 베를린 미테 지역의 유대교 회당 건너편 인도에서 화염병을 던졌다. 화염병은 회당 앞 인도에 떨어졌으며 사상자나 건물 파손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오전 8시쯤에는 한 남성이 이 회당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자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저항했다고 도이체벨레(dw)는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대인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폭력적 반유대인 구호나 행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은 안전상의 이유로 관람객들을 대피시켰다가 몇 시간 후 재개장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관람객을 대피시킨 것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세 번째다. 이날 리옹, 툴루즈, 리르 등 3개 도시 공항에서도 안전 우려 때문에 한시적으로 공항 이용이 중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릴까 두려워하고 무슬림들은 하마스와 동일시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교사 살해범과 스웨덴 총격 테러범이 모두 유럽에서 난민 신청이 거부된 이민자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럽에서는 이민자 단속이 강화될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회원국이 그 사람을 강제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면서 관련 방안이 포함돼 있는 신 이민·난민협정 관련 입법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집행위는 유럽의회와 협상을 거쳐 내년 6월 이전까지 신 이민·난민협정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추모식에 함께 참석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우리의 국경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화답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불법 이민자들을 본국에 즉각 송환하기 위한 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U 회원국들은 19일 내무사법이사회와 다음주 EU 정상회의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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