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표기 분쟁, 정체성 담긴 이름 병기하는 게 평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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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처럼 지명 때문에 분쟁을 겪는 곳은 각각의 정체성이 담긴 이름을 모두 인정하고 병기하는 것이 궁극적인 평화의 길이라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동해연구회는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데폭시에 있는 인도네시아대학(UI)에서 열린 '제29회 동해(East Sea)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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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동해처럼 지명 때문에 분쟁을 겪는 곳은 각각의 정체성이 담긴 이름을 모두 인정하고 병기하는 것이 궁극적인 평화의 길이라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동해연구회는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데폭시에 있는 인도네시아대학(UI)에서 열린 '제29회 동해(East Sea)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회 회장인 주성재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지명 사용의 의미'라는 주제의 개회 발표를 통해 지명을 제정하고 사용하는 데도 지속가능성의 원칙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이런 지속가능한 지명 표기 조건으로 집단의 합의된 인식과 정체성이 반영되고 현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로부터 전수되고 미래로 전달될 가치가 있으며 한 사회의 의미와 정체성을 다른 사회도 존중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국제 학계에서는 지명을 놓고 분쟁이 있는 곳은 "각각의 정체성이 담긴 두 이름을 모두 인정하고 사용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달성하는 길이라고 결론내려지고 있다"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바다 이름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은 한국과 일본 사이만의 일은 아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모든 바다를 자국 영해라며 남중국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중에는 베트남이 '비엔동'(Bien Dong)이라 부르는 곳이 있고, 필리핀이 '서필리핀해'(West Philippine Sea), 인도네시아가 '북나투나해'(North Natuna Sea)라 명명하는 곳도 있다.
이런 논쟁이 되는 곳은 병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명 표기라고 주 교수는 강조했다.
지명 병기가 가능한 것은 지명은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이름표기의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과 학계에서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 바다에 대해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한다. 동해연구회에 따르면 2002년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비율이 전 세계 지도의 2.8%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0%가 넘는 수준이다.
국제수로기구(IHO)는 2020년 11월에 열린 총회에서 바다를 명칭 대신 중립적인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마데 안디 아르사나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 교수도 이날 '남중국해에서의 지명 외교'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중국이 최근 공개한 '2023 표준지도'에서 구단선을 경계로 한 모든 바다를 남중국해로 표시한 것을 언급하며 "지도에 지명을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 갈등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에 앞서 동해연구회는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동해연구회 활동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유의상 전 외교부 국제표기명칭대사는 '우리 땅 독도와 동해바다 명칭'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독도는 영유권에 관한 사안이고 동해는 단순한 지명 표기 문제여서 병기가 가능한 것"이라며 "독도를 지키고 동해 명칭 병기를 국제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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