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종일 수학회장 “수능서 미적분·기하 빼면 이공계대 5년제 될 것...과학 경쟁력도 결국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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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개편 시안에 수학계가 반대 입장을 냈다.
박 회장은 "미국과 달리 국내 이공계 대학 교육 과정은 학생들이 미적분학이나 기하를 배우고 온다는 것을 가정해 짰는데, 기초 수학을 다시 가르치려면 대학의 이공계 교육이 4년이 아니라 5년이 될 수도 있다"며 "교육이라는 것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연계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번 개편안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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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Ⅱ·기하, 수능에서 제외키로
박 회장 “기초 수학 모르는 이과대생… 과학 경쟁력에도 악영향”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개편 시안에 수학계가 반대 입장을 냈다. 미적분Ⅱ와 기하는 이공계 학생에게는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 수학인데, 이를 수능에서 제외하면 기초 수학도 모르는 이공계 학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수학회는 올해 초 교육 과정 개편에 대한 의견을 낸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정식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대입 개편 시안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수학자들이 반대 입장을 낸 걸까.
박종일 대한수학회장 겸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기하가 제외되면 일반고등학교에서는 해당 과목을 가르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과 계열 대학 교육에서 필수인 두 과목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면 기존 커리큘럼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번 개편안은 무리한 고교 학점제 도입의 결과라고 봤다. 고교학점제는 문·이과의 구별 없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방식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교육 과정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가 달라 고교학점제를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한국에 고교학점제 도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수학 과목 일부를 배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선택 과목’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도 앞서 “수능과 내신 제도에서 상대평가가 유지된다면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교학점제가 자리 잡은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기초 수학을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할 경우를 대비해 기초 과목을 개설한다. 학생들은 이를 수강하고 자유롭게 전공을 결정할 수 있다.
박 회장은 “미국과 달리 국내 이공계 대학 교육 과정은 학생들이 미적분학이나 기하를 배우고 온다는 것을 가정해 짰는데, 기초 수학을 다시 가르치려면 대학의 이공계 교육이 4년이 아니라 5년이 될 수도 있다”며 “교육이라는 것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연계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번 개편안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따라가기도 바쁜데 가운데 고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대학에서 가르치면 자연스레 과학 기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찬반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이나 대입 개편 때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박 회장은 “교육과정과 수능은 학계 인재를 양성하는 한 과정인 만큼 교육부가 만든 개편안이 학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개편안은 수학뿐 아니라 과학 분야에도 영향을 준다”며 “다른 기초과학 단체들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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